우리당 "울고 싶어라…살풀이라도?"

  • 입력 2004년 6월 30일 17시 12분


열린우리당의 한 재선 의원은 30일 "악재는 계속 터지고 지지자들은 떨어져 나가고…"라며 이렇게 토로했다.

가나무역 김선일씨 피살 사건으로 정부의 외교 안보 시스템에 대한 불신이 극에 달한 상황에서 17대 국회가 열리자마자 한나라당 박창달(朴昌達) 의원 체포동의안 부결에 따른 비난까지 덮어쓰게 되자 당내에선 "살풀이라도 해야 되는 것 아니냐"는 자탄의 목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다.

▽박창달 부결 불똥=박 의원 체포동의안 부결에 열린우리당 의원 일부가 동조한 것으로 나타나자 당 지도부는 당황한 기색이 역력하다.

일부 소장파 의원들은 "지도부의 안이한 대응으로 엉뚱하게 우리당이 욕을 먹고 있다"며 지도부 책임론을 제기할 태세다.

당 홈페이지도 네티즌들의 비난으로 가득 차 있다. "'열린우롱당' '닫힌 너희당'에 절망했다" "체포동의안에 반대한 의원들의 명단을 공개하라" "100년 갈 정당 좋아하네" 등의 성토 글이 폭주하고 있는 것.

열린우리당은 이에 의총을 열어 "동료의원 감싸기라는 악습을 벗어나지 못한 데 대해 반성한다"며 천정배(千正培) 원내대표가 제기한 '의원실명투표제' 도입을 결의하는 등 뒷수습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당권파 한 의원은 "이해찬(李海瓚) 국무총리 후보자에 대한 임명동의안도 함께 처리해야 하는 상황에서 찬성 당론을 정할 수는 없었다. 그래도 근소한 차이로 가결될 것으로 생각했는데…"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NSC를 어찌해야 하나=김선일씨 피살 사건의 책임 논란이 외교 안보 사령탑인 국가안전보장회의(NSC) 및 이종석(李鍾奭) 사무차장에게로 옮아갔지만 열린우리당은 NSC를 옹호할 수도 없어 속만 태우고 있다.

문희상(文喜相) 의원은 "아직 시스템 정립 과정이다"고 했고, '외교안보시스템 개선 정책기획단' 간사인 민병두(閔丙¤) 의원도 "아직 그 문제를 거론할 단계가 아니다"며 신중한 반응을 보였다.

한나라당이 김씨 사건을 계기로 NSC를 물고 들어가는 것은 정략적 공세이므로 맞대응할 필요가 없다는 것.

당 일각에서는 비판적 의견도 제기되고 있다. 한 재선 의원은 "NSC가 정보를 독점하고 있다. 미국 대통령은 매일 아침 CIA 국장과 비서실장의 보고를 받는다. 우리는 국가정보원의 정보를 NSC가 걸러 대통령에게 보고하다보니 국정원이 보람을 갖고 일하기 힘들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이 NSC에 힘을 실어주고 있어 공개적인 문제제기는 꺼리는 분위기다.

▽심상찮은 지지층 이탈=4·15 총선 후 열린우리당 지지율이 하강 곡선을 그려 현재 당 지지율은 20%대 중반으로까지 뚝 떨어졌다.

특히 개각, 총리 지명, 이라크 추가 파병, 아파트 분양 원가 공개 문제 등 각종 정국 현안에 대한 친노(親盧) 세력들의 불만이 김선일씨 사건, 박창달 체포동의안 부결 사태로 증폭되면서 당내에선 "이러다가 지지자들이 다 도망가겠다"는 위기감을 토로하는 의원들과 당직자들이 늘고 있다.

한 노사모(노무현을 사랑하는 사람들) 회원은 인터넷 매체에 "노사모 못해먹겠다"는 글을 올려 반향을 일으켰고, 일부 네티즌들은 "열린우리당 열성 지지자의 길을 떠난다"고 경고하고 있다.

이강래(李康來) 의원은 "상황이 좋지는 않지만, 흥분하지 않고 차분하게 드러난 문제점을 점검하고 대책을 마련하면 지지자들이 돌아올 것으로 본다. 연말 정도 되면 집권여당의 면모를 갖추게 될 것이다"고 말했다.

정용관기자 yongar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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