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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4년 6월 21일 18시 4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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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씨를 납치한 것으로 알려진 무장단체 ‘알 타우히드 왈 지하드(유일신과 성전)’가 김씨 석방의 조건으로 한국 정부에 내건 이라크 철군 발표 시한이 ‘일요일 일몰 후 24시간 내(한국시간 22일 오전)’여서 시간이 촉박하기 때문이다.
우선 이 무장단체의 정체를 파악하고 연락선을 찾는 것이 급선무였다. 무장단체와의 직접적인 연락선을 찾기 전까지 정부는 일단 아랍계 위성방송인 알 자지라 등 중동지역 언론에 우리 정부의 입장을 내보내며 무장단체와의 ‘원거리’ 협상을 시작했다.
무장단체가 이 같은 한국의 입장을 이해하고 하루 이틀이라도 김씨 살해를 늦출 경우 바그다드로 급파된 정부 현지교섭단이 이슬람 수니파 종교지도자들, 이라크 전국부족협회 대표들을 만나 도움을 요청한다는 것이 정부의 계산이다. 정보기관들은 무장단체의 비디오테이프에서 김씨의 뒤편 벽의 검은 천에 적힌 ‘시마야 아타우히드 왈 지하드(일치와 성전을 위한 방패)’라는 문구와 테러범들의 무장 형태 등이 단서가 될 수 있는지에 대해 연구 중이다.
김씨가 근무했던 가나무역의 김천호 사장과 바그다드에 있는 한국 경호업체 직원 등은 무장단체와의 직접적인 연락선을 추적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무장단체와 접촉하는 데 성공하더라도 김씨 석방을 위한 협상은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무장단체는 한국군의 이라크 철군 등 정치적 내용의 요구만 했을 뿐 정부가 밝힌 ‘이라크 재건 지원’ 등 경제적이고 실질적인 내용에는 아직 관심을 기울이지 않고 있다.
이들의 요구를 거부한 정부가 새로운 조건을 꺼내 놓고 협상을 한다면 ‘인질범과는 절대 협상하지 않는다’는 미국측과 갈등이 빚어질 우려가 있다. 또 한국인을 겨냥한 후속 테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실정이다. 만일 무장단체가 김씨를 참수하는 최악의 사태가 빚어질 경우 정부는 무장단체에 대한 보복공격 여부, 파병부대의 전투력 강화 등을 둘러싸고 또 다른 딜레마에 빠질 수 있다.
최호원기자 bestige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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