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경남]동서남북/울산, 광역시에 걸맞은 비전 제시를

  • 입력 2004년 6월 17일 23시 21분


“…지금까지의 공해도시라는 이미지를 말끔히 씻어내고 자연과 인간이 어우러지는 ‘환경울산’, 더불어 사는 ‘복지울산’, 삶의 멋을 더해 주는 ‘문화울산’이 되어 새로운 도시발전의 창조적 모델을 제시해 주기 바란다.”

울산광역시 승격 다음날인 1997년 7월16일자 동아일보 사설 ‘蔚山광역시 출범’의 마지막 대목이다. 당시 심완구(沈完求) 울산시장은 직원들에게 이 사설에 담긴 ‘환경’ ‘복지’ ‘문화’를 울산시가 지향해야 할 핵심과제라고 강조했다.

광역시 승격 7년 동안 과연 이 과제가 얼마나 이뤄졌을까.

본보가 광역시 승격 8년째 되는 날을 한달 앞둔 15일부터 17일까지 ‘울산광역시 승격 7년을 진단한다’는 제목으로 시리즈를 게재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결론적으로 많은 시민과 전문가들은 “환경과 복지, 문화도시라고 부르기에는 아직 부족한 점이 많다”고 지적하고 있다.

울산시는 광역시 승격 이후 이룬 가장 큰 공적으로 월드컵 대회 유치로 국제적인 도시로 발돋움했다는 것을 내세우고 있다.

문수체육공원과 울산대공원 등 도심공원을 잇따라 조성하고 태화강 수질도 좋아지고 있어 곧 ‘공해도시’에서 ‘생태·환경도시’로 거듭날 수 있다고 자랑한다. 울산 신항만과 오토밸리 조성으로 ‘산업수도’의 위상을 지키고 있다는 것도 강조하고 있다.

하지만 이들 사업은 이미 수년 전부터 추진해왔던 것으로, 시민들에게 자부심과 희망을 줄 새로운 사업은 찾아보기 어렵다.

울산에는 신불산 등 해발 1000m 이상의 산 8개가 한데 모여 있어 ‘영남의 알프스’로 불리는 천혜의 산악관광지가 있다. 그리고 동해의 맑은 물과 몽돌을 자랑하는 강동 해변이 있지만 시는 5년째 “관광개발계획 수립 중”이라는 답변만 되풀이 하고 있다.

시민 절반 이상이 서명하고, 대통령이 약속한 국립대 유치 문제에 관해서도 울산시는 민간단체에만 맡겨 놓은 채 방관하고 있는 느낌이다.

광역시 승격 7년간 인구가 0.064%(6만4000여명) 느는데 그친 이유로 한 전문가는 “시정이 너무 무기력하고 비전을 제시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광역시 승격 8년째를 맞아 시민들에게 7대 광역시에 살고 있다는 자부심을 심어줄 역동적인 비전이 제시되길 기대한다.

정재락기자 rak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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