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北核 완전폐기用語 수정해달라"

  • 입력 2004년 5월 24일 06시 5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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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정부는 한미일 3국이 합의한 북핵 해결 원칙인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고, 돌이킬 수 없는 핵 폐기(CVID)’라는 용어를 다른 표현으로 대체하자고 최근 미국 정부에 제안한 것으로 23일 알려졌다.

‘CVID’(Complete, Verifiable and Irreversible Dismantlement) 원칙은 미국이 북한 핵의 완전한 폐기를 위해 주장한 것으로 한국과 일본이 이에 동의했지만, 북한은 북핵 6자회담 등에서 “CVID란 용어는 패전국에나 강요하는 굴욕적인 것”이라며 강하게 반발해 왔다.

따라서 한국 정부의 이번 제안은 답보 상태에 빠진 6자회담의 진전을 위해 사실상 북한측의 입장을 상당 부분 고려한 것이어서 미국 정부의 수용 여부가 주목된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이날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CVID란 용어 자체에 집착하기보다는 그 내용을 현실적으로 실현해내는 것이 중요하다고 판단해 미국측에 이런 의견을 전달했다”고 말했다.

미국 정부 일각은 한국 정부의 제안을 긍정적으로 검토한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으나 “1994년 북-미 제네바합의를 어긴 북한에 대해선 확고하고 원칙적인 대응이 필요하다”는 대북 강경파의 반발도 만만치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12∼14일 중국 베이징(北京)에서 열린 6자회담 1차 실무그룹회의에서 북한이 CVID라는 용어에 거세게 반발하자, 미국은 “CVID란 말이 싫다면, 북한식으로 적절한 표현을 만들어봐라. 그러나 미국은 CVID에 담긴 내용과 원칙을 포기할 순 없다”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11, 12일 인도네시아에서 열린 아시아지역안보포럼(ARF) 고위관리회의에선 미국이 ‘대량살상무기(WMD) 비확산 성명서’에 CVID용어를 포함시키자 북한이 회의 보이콧까지 거론하며 강하게 반발해, 끝내 CVID라는 용어의 삭제를 이끌어낸 것으로 알려졌다.

부형권기자 bookum90@donga.com

김승련기자 sr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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