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기각]일부 “헌재, 너무 정치적”

  • 입력 2004년 5월 14일 18시 23분


코멘트
대통령 탄핵심판은 헌법재판소로서는 88년 설립 이후 ‘최대의 사건’이었다.

헌재는 이 사건을 떠맡은 지 두 달여 만에 역사적 결정을 내리고 탄핵정국을 마무리했다. 그 과정에서 ‘대통령의 운명도 결정할 수 있는’ 헌법기관이라는 위상을 대내외에 알렸다.

그러나 모든 상황이 헌재에 유리하거나 호의적인 것만은 아니다.

헌재는 변론과 평의 과정에서 지나치게 몸을 사린다는 지적을 받아 왔다. 피청구인인 대통령이 증언을 거부해도 별다른 대책을 강구하지 않았고, 검찰이 대통령 측근비리 수사기록을 제출하지 않는 데 대한 대응도 갈팡질팡하거나 미온적이었다.

그러다 상대적으로 약자처럼 보이는 기업인 증인에게는 구인장까지 발부해 헌재 직원들이 입원 중인 병원까지 찾아가기도 했다.

최종 결정에 대해서도 원만하다는 평가가 많지만 반대로 ‘정치적’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이곳저곳 눈치를 본 흔적이 너무 많다는 얘기다. 한 검찰 간부는 “헌재 결정은 언제나 예측 가능하다”며 냉소적으로 말하기도 했다.

이 같은 한계는 기본적으로 헌재의 인적 구성에서 비롯된다고 볼 수도 있다. 재판관 구성 자체가 정치적 타협의 산물이기 때문에 결론도 그 한계를 벗어나기 어렵다는 것.

따라서 이번 결정 이후 헌재는 당장 차기 재판관 구성에서부터 변화의 소용돌이에 휘말릴 가능성이 크다.

이와 관련해 ‘헌법 재판관’이 퇴직을 앞둔 법원과 검찰의 간부들을 위한 ‘자리’가 되어서는 안 된다는 지적이 많다. 이 때문에 장기적으로는 법조인 일색인 재판관들의 구성 자체도 바뀌게 될 것이라는 예상도 나온다. 결론적으로 헌재는 헌정사상 초유의 대통령 탄핵심판 사건 결정으로 영욕을 함께 맛보며 중대한 변화의 기로에 선 것으로 보인다.

이수형기자 sooh@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