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기각]盧 개인 탄핵인가… 대통령 탄핵인가

  • 입력 2004년 5월 14일 18시 1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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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의 대통령 탄핵소추 절차는 노무현 대통령 개인에 대한 탄핵인가, 대통령이라는 헌법기관에 대한 탄핵인가.

헌법재판소는 결정문을 통해 탄핵은 ‘대통령이라는 헌법기관에 대한 탄핵’이라고 명확히 밝혔다. 국회가 탄핵 의결을 하면서 대통령에게 의견진술의 기회를 주지 않은 것이 적법절차를 어긴 것은 아니라는 대목에서다.

이와 관련해 노 대통령 대리인단은 “국회가 노 대통령에게 혐의사실을 알리지도 않았고 의견 제출의 기회도 주지 않았으므로 적법절차 원칙을 위반했다”고 주장해 왔다. 이에 대해 헌재는 “국회의 탄핵소추 절차는 국회와 대통령이라는 헌법기관 사이의 문제”라며 이 주장을 배척했다. 탄핵소추 의결에 의해 ‘개인’으로서 대통령의 기본권이 침해되는 것이 아니라 ‘국가기관’으로서의 대통령의 권한행사가 정지되는 것이라는 논리다.

따라서 국가와 개인과의 사이에서 적용되는 ‘적법절차의 원칙’이 국가기관(국회)과 국가기관(대통령)의 다툼인 탄핵소추 절차에는 직접 적용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 논리대로라면 대통령은 개인으로서 탄핵소추를 당하는 것이 아니라, 국가의 행정기관으로서 탄핵소추를 당하는 셈이다. 이런 결론은 노 대통령이 그동안 자신의 경비로 대리인단을 선임하는 등 ‘개인적으로’ 탄핵소추에 대응해 왔던 현실과 상충된다.

이 대목은 법조계에서 여전히 논란이 이는 부분.

실명을 밝히길 꺼린 한 중견 변호사는 “차라리 헌재가 ‘국회가 대통령 개인의 기본권을 보장해주지 않은 것은 적법절차에 어긋나지만, 그것이 탄핵의결의 적법성을 해칠 정도로 중대한 것은 아니었다’고 하는 것이 보다 일관성 있는 법적 판단이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수형기자 soo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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