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 기각]성장… 개혁… ‘盧노믹스’ 향방 촉각

  • 입력 2004년 5월 14일 18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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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이 14일 헌법재판소의 탄핵기각 결정으로 업무에 복귀함에 따라 경제정책이 어떤 모습을 보일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특히 대통령 직무정지 기간 중 정부 부처와 정치권에서 이른바 ‘개혁파’와 ‘성장론자’ 사이에 심각한 ‘노선 갈등’까지 빚어졌다는 점에서 노 대통령의 선택이 주목받고 있다.

▽돌아온 노 대통령, 누구 손을 들어주나?=노 대통령이 경제정책 분야에서 ‘성장’과 ‘개혁’ 중 어느 쪽에 무게를 둘 것인지는 아직까지는 불분명하다.

‘성장론자’는 한국 경제가 극도의 내수 침체와 설비투자 부진에다 고(高)유가를 비롯한 외부여건까지 나빠진 현 시점에선 투자활성화를 통한 성장이 최우선 과제라고 보고 있다. 반면 ‘개혁파’는 이번 기회에 대기업집단(그룹)의 지배구조를 개선하고 정부가 분배 문제에도 적극 개입해야 한다고 반박한다.

이와 관련해 정부 내에서 성장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이헌재(李憲宰)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13일 “배(한국 경제)가 바다 한가운데 무풍지대에 묶여 꼼짝 못하는 상황에서 결국 선장(이 부총리)에게 맡길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자신감을 내비쳐 눈길을 끌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이 부총리가 경제정책의 방향과 관련해 노 대통령과 ‘교감’을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분석을 내놓는다. 재경부의 한 간부는 “이 부총리가 과거 대통령과 몇 차례 만나고 온 뒤 ‘시장경제에 대한 대통령의 철학은 확고하더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그러나 일부 정치권과 공정거래위원회를 중심으로 “이번 기회에 바꿔야 한다”는 주장도 여전히 많아 노 대통령이 과연 어떤 선택을 할지 관심을 모으고 있다.

물론 성장과 개혁이 반드시 배치되는 개념은 아니라는 시각도 적지 않지만 정책의 ‘무게중심’을 어디에 둘 것인지, 또 개혁의 구체적 내용이 무엇인지에 따라서 경제에 미치는 파장은 상당히 달라질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탄핵 기각은 불확실성 해소의 계기가 돼야=경제 전문가들은 청년 실업, 가계 부채, 내수 부진 등으로 대변되는 극심한 경기침체에 유가 상승과 중국 쇼크와 같은 대외 악재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경제정책에 대한 불확실성을 빨리 해소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홍익대 김종석(金鍾奭·경제학) 교수는 “탄핵기각을 계기로 정책에 대한 불확실성을 해소하고 이제 ‘먹고 사는’ 문제에 좀 더 신경을 써야 한다”며 “이를 위해서는 이념 과잉에서 벗어나 기업 환경을 개선해 투자를 활성화시키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LG경제연구원 오문석(吳文碩) 상무도 “총선 이후 불거진 이념 갈등과 정국 운영 방향 논란을 해소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경제주체들은 미래를 예측할 수 있을 때 투자나 소비에 나서는 만큼 정부는 국정 운영 방향을 명확히 함으로써 경제주체들을 심리적으로 안정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이 부총리는 이날 제주 서귀포시 제주국제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아시아개발은행(ADB) 연차총회에 참석해 “(탄핵이라는)불확실성이 해소돼 앞으로 경제정책이 탄력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또 앞으로 경제정책 방향에 대해 “일부 논란과 혼선이 있었지만 곧 정책의 방향이 잡힐 것”이라며 “비정규직 문제나 공정거래법 문제는 재경부가 조율하되 방향이 잡히면 자연스럽게 해당 부처가 발표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공종식기자 k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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