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관용의장 환영사 안듣겠다”…열린우리 70여명 입장안해

  • 입력 2004년 5월 13일 19시 01분


코멘트
13일 국회 헌정기념관에서 열린 ‘초선당선자 연찬회’에 빈 좌석이 눈에 많이 띈다. 열린우리당 일부 당선자들이 탄핵안 처리에 대한 항의 표시로 박관용 국회의장이 환영사를 시작하자 퇴장해버렸기 때문이다.-김경제기자
13일 국회 헌정기념관에서 열린 ‘초선당선자 연찬회’에 빈 좌석이 눈에 많이 띈다. 열린우리당 일부 당선자들이 탄핵안 처리에 대한 항의 표시로 박관용 국회의장이 환영사를 시작하자 퇴장해버렸기 때문이다.-김경제기자
“기대가 크기도 하지만 어떻게 ‘모셔야’할지 걱정도 됩니다.”

13일부터 이틀간의 일정으로 시작된 17대 국회 초선 당선자 연찬회를 지켜보던 한 국회 사무처 관계자의 말이다. 299명의 당선자 중 62.5%인 187명. 헌정 사상 가장 높은 원내 진입률을 기록한 이들 초선 당선자들은 이날 각자의 성향에 따라 17대 개원 전의 첫 공식 일정을 서로 다르게 보냈다.

○…이날 연찬회에 참석한 열린우리당의 초선 당선자 중 70여명은 이날 오전 9시50분경 국회 헌정기념관에서 진행된 박관용(朴寬用) 국회의장의 연찬회 환영사를 듣지 않았다. 탄핵을 주도한 박 의장에 대한 항의 차원에서다.

강성종 김영주 김현미 우상호 당선자 등은 회의실 밖에서 기다리다 박 의장 환영사 뒤 입장했으며 임종인 장향숙 등 8명의 당선자들은 환영사 시작과 함께 퇴장한 뒤 재입장했다. 임종인 당선자는 “국회의장으로 인정할 수가 없다”고 말했다.

반면 김진표 변재일 이계안 정의용 홍창선 등 관계 및 전문가 출신 당선자와 김선미 제종길 당선자 등 30여명은 박 의장의 환영사를 들었다. 한 당선자는 “나도 탄핵에 반대하지만 이런 방식의 대응은 부적절하고 유치하다”고 말했다.

한편 한나라당 민주노동당 당선자 대부분은 박 의장의 환영사를 들었다. 민노당의 심상정 당선자는 “(탄핵 문제를) 이 문제와 연결할 필요가 있나”라고 말했고 한나라당 박세일 당선자는 “최소한의 예의 문제”라고 밝혔다.

“권력 분립이 잘 이뤄지는 국회를 기대한다”는 취지의 환영사를 마친 뒤 박 의장은 퇴장하며 기자들에게 “반쪽 국회를 볼 때마다 가슴이 아팠다. 내가 무슨 할 말이 있겠느냐”고 말했다.

13일 서울 여의도 국회 헌정기념관에서 열린 17대 국회 초선 당선자 연찬회에 강기갑 민주노동당 당선자가 평소 즐겨입던 개량한복차림으로 참석해 눈길을 끌었다.-김경제기자

○…“당선자님들은 좌석을 정돈해주시기 바랍니다.” 국회의 조직과 운영 등에 대한 국회 사무처의 강의가 오전 오후에 걸쳐 진행되는 도중 회의실 스피커를 통해 수차례 들린 안내 방송이다. 마치 국회 회기 중 의원들의 회의 참석을 독려하는 안내방송을 연상시켰다. 그만큼 강의 중 몇몇 당선자들의 이석이 눈에 띄었다. 한나라당의 한 수도권 당선자는 수시로 휴대전화를 들고 회의실을 들락날락했고 열린우리당의 한 당선자는 “내가 보좌관을 오래 해서 다 아는 내용”이라며 회의실 밖에서 각종 자료를 검토하곤 했다. 하지만 참석자 중 80% 가량은 강의를 경청했다. 이에 앞서 강용식(姜容植) 국회사무총장은 인사말에서 “그동안 각종 국회 회의가 의결 정족수 미달로 아예 열리지 못한 경우가 많았다. 본회의장에서도 들락날락해 표결이 10분 이상 지체되는 경우도 예사였다”고 말해 눈길을 끌었다.

○…“여기가 탄핵한 곳이구먼.”

이날 오후 국회 본회의장에서 진행된 본회의 견학 과정에서 몇몇 열린우리당 당선자들은 이렇게 말했다. 한 참석자는 “각 당 당선자간에 냉랭한 기류가 형성된 듯했다”고도 전했다. 사무처측은 당초 30분 동안 진행하려던 본회의장 내 일정을 줄이고 예정에 없던 제2회의장 견학을 일정에 포함시켰다. 한편 이날 저녁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박 의장 주최의 만찬에는 이날 오전 박 의장의 환영사를 듣지 않은 열린우리당 당선자들과 일부 한나라당 당선자들이 선약 등을 이유로 불참했다. 한 당선자는 “향우회가 있다”며 자리를 떴다.

이승헌기자 ddr@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