盧탄핵 최대 피해자는 憲裁?…최종결정뒤 정치공방 불가피

  • 입력 2004년 5월 10일 18시 51분


노무현 대통령 탄핵심판 사건 심리가 진행되는 동안 거친 발언, 증언 거부, 정치 공방 등이 이어지면서 애당초의 예상과는 달리 탄핵사건이 헌법재판소의 위상에 부정적으로 작용한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시작은 좋았는데=탄핵심판 사건이 시작될 당시 많은 법조인들은 헌재가 이 사건의 최대 수혜자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헌정 사상 최초의 대통령 탄핵사건 심판을 진행함으로써 국민적 관심이 집중돼 위상이 높아질 것이라는 기대 때문이었다.

헌재도 변론기일을 신속하게 지정하고 현직 대통령에게 직접 법정에 출두하라고 통보하면서 이 같은 기대는 현실화하는 듯했다.

▽증언 거부, 정치 공방=헌재 재판관 출신으로 국회 소추위원측 대리인단 가운데 한 명인 한병채(韓柄寀) 변호사는 지난달 30일 최종 변론에서 “헌재 때문에 탄핵재판이 ‘망가’가 됐다”고 말해 재판을 폄훼하는 듯한 발언을 했다. 그는 재판이 끝난 뒤 “‘망가’는 재판이 만화처럼 우습게 됐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소추위원단은 30분 안에 최종변론을 끝내라는 재판부의 요청에도 불구하고 위원들이 번갈아 가며 두 시간 넘게 변론하는 등 헌재를 무시하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또 심판 대상자인 노 대통령은 “헌재 심리가 정치 공방으로 변질될 우려가 있다”는 등의 논리로 법정출두 요구에 응하지 않았으며, 직무가 정지된 상태에서도 사실상 직무를 수행하는 듯한 모습도 보였다. 최도술(崔導術) 전 대통령총무비서관도 증언을 거부하는 등 탄핵심판 제도의 보완 필요성이 제기되기도 했다.

▽“최대의 피해자”=2000년 12월 미국 대통령선거의 수작업 재검표의 유효성을 둘러싼 미국 연방대법원의 판결이 끝난 뒤 존 스티븐슨 대법원판사는 “누가 대통령선거에서 승리했는지 확언할 수 없지만 누가 패배자인지는 명백하다”며 “패배자는 바로 법률의 수호자인 재판관에 대한 국가의 신뢰”라고 말했다.

법조인들은 이 말이 이번 사건에서도 들어맞을 것이라고 말한다. 어떤 결정이 내려지든 헌재가 정치적 대립에 휩싸이는 통에 상처를 입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수형기자 soo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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