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 訪中]北, 개혁-개방 후속 조치 나올듯

  • 입력 2004년 4월 21일 18시 58분


김정일(金正日) 북한 국방위원장의 이번 방중은 후진타오(胡錦濤) 당 총서기 겸 국가주석을 정점으로 한 중국 4세대 지도자들과의 긴밀한 유대관계를 확인하는 자리였다.

중국의 새 지도부와 접촉함으로써 전통적인 북-중 우호관계를 재확인하면서 북핵 문제와 경제개혁 등 주요현안을 논의하는 실무 방문의 성격이 짙었다. 그런 만큼 핵 문제와 경제난 등 현 북한 상황에 대해 솔직하게 털어놓고 중국의 이해와 협조를 요청하는 데 대부분의 시간을 할애했다.

▽핵문제 어떤 논의했나=중국 관영 신화통신은 21일 “북-중 지도자들은 북핵 3자회담과 6자회담의 긍정적인 결과를 재확인하고 대화를 통한 평화적 해결의 지속을 합의했다”고 보도했다.

이에 대해 베이징(北京) 외교소식통들은 김 위원장이 북핵 문제에 대해 ‘대담한’ 제안을 했다기보다는 기존 입장을 재확인하는 데 그쳤을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북핵 문제를 논의하는 6자회담이 초기 단계인 데다, 단기간에 타결되기 어려운 핵 문제의 포기 및 보상이라는 일련의 과정을 고려할 때 북한이 서둘러 태도 변화를 보일 가능성은 적다는 것. 특히 ‘완전한’ 핵 폐기 이전에는 보상할 수 없다는 미국의 강경한 태도를 고려할 때 북한이 아무런 대가를 약속받지 않은 상태에서 먼저 유화적으로 나서는 것을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게 현지 외교가의 분석이다.

이와 함께 김 위원장의 이번 방중은 북핵 문제에 대한 중국 지도부의 입장을 직접 ‘체감’했다는 의미를 갖고 있다. 딕 체니 미 부통령의 방중 직후 이뤄져 미국의 입장을 확인하는 한편, 북한이 앞으로 6자회담에서 ‘보상과 핵 폐기의 교환’이라는 구도를 계속 유지해도 중국 정부가 북한을 지지할지 여부를 엿볼 수 있는 기회였다는 것.

한 소식통은 “김 위원장은 방중을 통해 핵 문제에 대한 북측 입장을 납득시키는 기회로 활용했다”며 “그러나 6자회담과 실무그룹 구성에 대해 중재자인 중국을 더 이상 곤란하게 하지 않겠다는 협조 의사를 나타낸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경제개혁 속도 낼까=김 위원장의 방중은 경제개혁에 드라이브를 거는 실질적 계기가 될 것이라는 관측이다. 2001년 1월의 방중 다음해에 ‘7·1 경제관리 개선조치’라는 경제개혁 구상이 나왔듯이 이번에는 후속 보완조치를 다듬는 기회가 될 것으로 보인다.

김 위원장이 21일 톈진(天津)시를 방문하는 동안 박봉주(朴鳳柱) 내각총리가 ‘중국판 새마을 단지’로 불리는 한춘허(韓村河)에, 일부 경제시찰팀이 시다왕루(西大望路)에 있는 베이징 유리 집단공사를 방문하는 등 다방면으로 경제 챙기기에 나선 것도 주목된다. 개혁 개방을 반대하는 군부의 일부 강경파들에게 중국의 발전상을 목격하게 함으로써 개방 마인드를 심어주려는 의도로도 볼 수 있다. 또 한국 기업이 많이 진출한 지역 방문을 통해 남북경협의 방향에 대한 구상을 다진 것으로도 풀이된다.

신화통신은 “원자바오(溫家寶) 총리는 김 위원장에게 중국 기업들이 북한과 다양한 형태의 상호 협력에 나서도록 적극 격려할 것임을 약속했다”고 전했다.

한 소식통은 “김 위원장은 북한의 경제개혁에 대한 확고한 의지를 중국 지도부에 각인시키면서 대북 경제지원을 요청했을 것”이라며 “중국도 원유와 식량지원 확대 등을 약속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북-중 관계 복원=김 위원장은 이번 방중을 통해 후 주석, 장쩌민(江澤民) 중앙군사위 주석, 우방궈(吳邦國) 전국인민대표대회 상무위원장, 원자바오 총리, 쩡칭훙(曾慶紅) 국가부주석 등 중국 지도자들을 두루 만났다.

특히 중국 새 지도부 권력서열 1∼5위를 모두 만남으로써 북핵 및 신의주 특구 문제 등으로 껄끄러웠던 양국 관계는 일단 표면적으로 복원된 모습이다.

베이징=황유성특파원 yshwang@donga.com

김영식기자 spea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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