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野 찾아간 李부총리]민노당 "노동계 회포 풀어달라"

  • 입력 2004년 4월 21일 18시 56분


민주노동당 권영길 대표(왼쪽)가 21일 서울 여의도 당사로 방문한 이헌재 경제부총리 겸 재경부장관과 환담을 하고 있다. 이날 권 대표와 이 부총리는 비정규직 문제 등을 놓고 가시 돋친 말을 주고받기도 했다. -국회사진기자단
민주노동당 권영길 대표(왼쪽)가 21일 서울 여의도 당사로 방문한 이헌재 경제부총리 겸 재경부장관과 환담을 하고 있다. 이날 권 대표와 이 부총리는 비정규직 문제 등을 놓고 가시 돋친 말을 주고받기도 했다. -국회사진기자단
이헌재(李憲宰) 경제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이 21일 서울 여의도 민주노동당사를 방문해 경제정책에 대한 협조를 구했다. 민노당의 달라진 위상을 실감케 하는 장면이었다.

이 부총리가 오후 3시 정각 당사 대표실로 들어서자 20분 전부터 기다리고 있던 권영길(權永吉) 대표를 비롯한 당 지도부는 환하게 웃으며 맞았다. 그러나 18분간의 만남 내내 가시 돋친 말이 오갔다.

권 대표는 면담을 마치고 일어서는 이 부총리를 향해 “국민 대토론회를 해서 누구 말이 옳은지 심판받아야 하지 않겠느냐”고 말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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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 대표는 면담 후 “우린 과격한 사람이 아닌데 이 부총리가 상당히 부담스러운 표정인 것 같더라”고 촌평했다.

▽권 대표=나라 경제는 어렵다는데 민노당만 잘 된다고 한다. 이 건물이 집권으로 가는 길목인 것으로 얘기되고 있다.(민노당 당사가 입주한 여의도 한양빌딩 건물은 김대중 전 대통령 당선 당시 국민회의 당사가 있었다.)

▽이 부총리=앞으로 열린 마음으로 같이 잘 풀어 나가 보자. 경제 현안이 많다.

▽권 대표=민노당이 들어가면 국회 분위기가 좋아질 것이다.

▽이 부총리=권 대표에게 달린 것 같다. 하나씩 풀어 가면 좋아지겠지만 한꺼번에 풀려고 하면 마찰이 있지 않겠나.

▽권 대표=핵심적인 몇 개는 들어줄 수 있다는 얘긴가.

▽이 부총리=잘하자는 얘기다.

▽권 대표=회포를 풀어야 할 것이 있다. 특히 노동 쪽에 많이 있다.

▽이 부총리=노동 분야의 민노당 시각을 잘 알고 있다. 권 대표가 열린 시각으로 같이 나갔으면 좋겠다.

▽권 대표=우린 어느 당보다 열린 마음으로 경제 살리기에 전력투구하겠다. 개원 이전에 탄핵과 파병 문제를 털고 노동자 농민 서민의 최악 경제상황을 해결하자.

▽단병호(段炳浩) 당선자=선거과정에 정부에서 공공부문 10만명의 비정규직을 정규직화하겠다는 말이 나왔는데, 재경부에서 부정적이었다. 공공부문이 비정규직 문제 해결에 앞장서야 민간부문도 나선다. 정부가 의지를 갖고 나서 달라.

▽이 부총리=아직 결론을 못 내고 논의 중이다. 민주노총이 노사정위에 들어오게 해 달라.

▽권 대표=그건 민주노총이 결정할 문제다. 노사정위는 경제계 입장을 대변하는 들러리 성격이 강했다. 사용자 입장은 강제되는 데 반해 노동자 입장에 입각한 합의사항은 강제가 안돼도 제재수단이 없었다.

▽권 대표=그동안 노정(勞政)간 신뢰가 없었다. 신뢰가 구축돼야 그 다음에 (문제를) 풀어갈 수 있다.

▽이 부총리=노력하겠다.

윤종구기자 jkma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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