鄭의장 60, 70대 ‘폄훼발언’ 파문…野 "현대사 산증인 모독"

  • 입력 2004년 4월 1일 18시 49분


열린우리당 정동영 의장은 1일 전남 장흥의 서부경로당을 방문해 노인들에게 큰절을 하고 자신이 “60대 이상 70대는 이번 총선에서 투표 안 해도 괜찮다”는 발언으로 물의를 일으킨 데 대해 사과했다.     -연합
열린우리당 정동영 의장은 1일 전남 장흥의 서부경로당을 방문해 노인들에게 큰절을 하고 자신이 “60대 이상 70대는 이번 총선에서 투표 안 해도 괜찮다”는 발언으로 물의를 일으킨 데 대해 사과했다. -연합
열린우리당 정동영(鄭東泳) 의장의 60, 70대 폄훼발언이 총선정국에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정 의장의 발언과 동영상이 각종 인터넷사이트를 통해 알려지자 네티즌들은 “정 의장은 평생 나이도 안 먹느냐” “열린우리당엔 60, 70대 국회의원이 없느냐”는 항의성 글을 집중적으로 올렸다.

‘orora60’이라는 ID의 한 네티즌은 인터넷 포털사이트 네이버 토론장에서 “여당 대표라는 사람이 자유민주주의의 꽃인 참정권을 포기하라니 기가 막혀 말이 나오지 않는다”며 “자기들에게 득이 되지 않으면 나이 든 사람들은 국민으로 취급하지도 않겠다는 것이냐”고 비판했다.

사태의 심각성을 깨달은 정 의장은 이날 일정을 긴급히 바꿔 전남 장흥 서부경로당과 수성당 경로당을 방문해 큰절을 올린 뒤 자신의 발언에 대해 공식 사과했다.

그는 “일주일 전 대구에 갔었는데 행사가 끝나고 대학생 3명과 얘기를 할 기회가 있었다. 20, 30대가 너무 투표를 안 해서 젊은이들의 투표를 강조하다 보니 어르신들께 실례를 범하는 얘기를 했다”고 해명했다.

그는 이어 “저도 83세의 노모를 모시고 사는데 어찌 어르신들을 공경하지 않겠느냐. 지금 TV에서 정동영이 잘못했다고 나오는데 정말 잘못했습니다. 널리 용서해 주십시오”라고 말했다.

정 의장의 발언은 총선 현장에서도 민감한 반응을 일으켰다. 이날 본보 선거취재반이 경기 수원시와 오산시에서 만난 30, 40대 시민 29명 중 28명은 “정 의장이 정말 그렇게 말했느냐”면서 “열린우리당 지지에 대해 다시 생각해 봐야겠다”며 불쾌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한나라당과 민주당은 정 의장의 발언에 대해 적극 공세에 나섰다.

한나라당 박근혜(朴槿惠) 대표는 “여러 곳에서 19세 이상 투표권을 주장하는데, 나는 ‘한나라당이 앞장서 이를 추진하자, 서울에서 유학하는 학생들이 쉽게 투표를 할 수 있도록 부재자 투표 요건도 완화하자’고 얘기하고 있다. 그런데 (정 의장의) 발언은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전여옥(田麗玉) 대변인도 논평에서 “이는 노년층에 대한 단순한 경시를 넘어 우리의 살아있는 역사, 살아있는 증인, 살아있는 공헌자들에 대한 결례이며 모독”이라고 비난했다.

민주당 김재두(金在斗) 부대변인은 ‘정 의장은 부모도 없는가’라는 제목의 논평을 통해 “정 의장의 발언은 국민의 기본권 행사까지 제약하는 천인공노할 언행이자 국민 능멸”이라며 “지지율이 좀 오른다고 제왕적 행태를 보이더니 이제 60대 이상의 국민은 사람 취급조차 하지 않고 있다”고 비난했다.

윤영찬기자 yyc11@donga.com

장흥=이 훈기자 dreamland@donga.com

오산=전 창기자 je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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