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탄핵정국 한미동맹에 악영향 우려”

아시안 월스트리트 저널은 23일 한국의 탄핵 정국이 한미 동맹에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우려하는 내용의 대니 기팅스 사설담당 부편집자의 글을 실었다. 다음은 요약.

한국 현지에서 사흘간 취재해 보니 국회의 탄핵 소추대로 헌법재판소가 판결할 것으로 예상하는 한국인은 거의 없었다. 어느 누구도 노무현 대통령의 운명이 법적 판단에 따라 결정될 것으로 보지 않았다. ‘가두 정치’에 나선 이들은 여론조사 결과와 도심 촛불시위에서 나타난 것처럼 노 대통령의 복귀에 매우 우호적이다.

그러나 평화시위의 이면에는 한국과 미국의 군사동맹에 심각한 타격을 줄 만한 위험한 경향이 있다. 한 한국인은 탄핵 반대운동이 주한미군 철수 주장을 부추길 것으로 내다봤다.

‘미국에 머리 숙이지 않겠다’고 공언했고 한때 미군 철수를 주장했지만 노 대통령의 취임 이후 한미동맹은 이전 관계를 회복했다. 그가 실용주의자라는 점을 입증했기 때문이었다. 내키지는 않지만 이라크에 병력도 파견하기로 했다.

하지만 노 대통령을 제약했던 요소들이 사라지면서 점차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무엇보다 노 대통령을 지지하는 급진적 인사들이 모인 열린우리당이 4·15총선에서 최대 정당으로 발돋움해 대통령보다 더 급진적인 국회가 구성되면 견제세력이 사라질 수 있다.

현재 주한미군 주둔에 대한 다수 여론의 지지는 좌파 성향의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이 탄핵 수업을 실시함으로써 약화될 수밖에 없다.

노 대통령이 북한이 평화적 의도를 갖고 있다고 보는 것은 더 근본적인 문제이다. 평양은 그동안 핵개발 프로그램을 둘러싼 대치국면에서 이 점을 이용해왔다. 이런 상황에서 한미동맹의 위축은 더욱 심화될 것 같다.

이진기자 leej@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