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D-23/부산]“한나라 정떨어져” VS “與독주 견제”

  • 입력 2004년 3월 22일 18시 5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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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5 총선을 앞두고 정국을 강타한 탄핵 후폭풍은 표심 변화에도 큰 영향을 미쳤다. 모든 여론조사기관의 조사 결과 탄핵 가결 이후 열린우리당의 지지도는 한결같이 수직 상승했다. 이 같은 조사결과와 현장의 민심 사이에 괴리는 없는 것일까. 기자들이 직접 방문해 전통적으로 한나라당과 민주당 지지세가 강했던 부산 대구 광주지역의 표심 변화를 살펴봤다.》

21일 오전 부산 연제구 연동초등학교. 이곳에 출마하는 한나라당 김희정(金姬廷·33) 후보가 조기축구 회원들에게 “잘 부탁합니다”라고 인사를 건넸다.

“한나라당 아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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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온 반응은 썰렁했다. ‘대통령을 탄핵시킨 한나라당은 안 된다’는 핀잔뿐이었다. 김 후보와 마지못해 악수하고 돌아선 박기순씨(42)는 “한나라당에 마, 정나미가 떨어졌습니더”라며 손사래를 쳤다.

부산 남구을에 출마하는 열린우리당 박재호(朴在昊·55) 후보는 이날 오전 지역구를 돌며 사람들에게 빠짐없이 명함을 돌렸다. 이날 한 초등학교 동창회에 들이닥친 박 후보에게 유권자들은 싫은 내색을 하지 않았다. 한 시민은 “이번엔 열린우리당 찍겠심더”라고 오히려 격려까지 했다.

부산지역은 아직 탄핵 ‘후폭풍’의 영향권에 있는 듯했다. 한나라당에 대한 반감과 열린우리당의 상승세가 피부로 느껴졌다.

그러나 탄핵 가결 10일째를 맞으면서 변화의 움직임도 감지됐다.

“열린우리당이 싹쓸이하는 것 아닌지 모르겠심더.”

택시운전사 김현욱씨(62)는 점차 열린우리당에 대한 견제심리가 나타나고 있다고 전했다. 자갈치시장에 장을 보러 나온 한 주부(54)는 “50, 60대는 탄핵에 어느 정도 수긍하고 있다. 단지 말을 안 할 뿐이다”고 표심을 전했다. 박 후보도 “50, 60대는 한나라당 지지층이 많고 탄핵의 거품도 조금씩 빠지고 있다”고 털어놓았다.

탄핵정국은 세대간 갈등을 더욱 심화시킨 것 같았다. 광안리에서 만난 대학생 최현우씨(26)는 “한나라당이 싫어도 어른들 앞에서는 말을 못했지만 탄핵 가결 이후엔 ‘그것 봐라. 그래서 싫다’고 말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반면 한나라당 지지자가 많은 50, 60대의 표심은 엇갈린다. 고교 교사 한모씨(62)는 “한나라당도 잘하는 기 없지만, 젊은 사람들이 너무 한쪽으로 몰아가는 것도 문제다. 인물 보고 찍겠다”고 말했다.

열린우리당의 다른 후보도 “언론에 보도되는 정당지지율과 달리 부산지역에서 한나라당과의 선거전은 박빙으로 치러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박민혁기자 mhp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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