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對北교섭 분위기 무르익었다”

  • 입력 2004년 2월 12일 19시 04분


방북 중인 일본 정부 대표단은 12일 오전 평양에서 북한 외무성 김영일(金永日) 부상(차관에 해당) 등과 피랍 일본인 북한 잔류 가족의 일본행 등에 관한 본격 교섭에 들어갔다.

일본 언론에 따르면 전날 평양에 도착한 일본 대표단은 이날 저녁부터 김 부상과 접촉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 부상은 지난해 베이징 6자회담에 북한 대표로 참석했던 인물.

일본 대표단은 14일까지 평양에 머물며 △납치피해자 북한 잔류 가족 8명의 일본행 △납치 후 사망 또는 납치하지 않았다고 북한이 발표한 10명에 대한 진상규명 등에 관해 논의할 예정이다.

일본 정부는 이번 방북 대표단의 활동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

북한이 6자회담을 앞두고 방북단 파견을 요청하면서 일본 정부 인사 중 가장 신뢰하는 다나카 히토시(田中均) 외무성 심의관을 보내줄 것을 희망했기 때문. 일본 정부 내 대북 수교파의 위상을 살려주기 위해 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제공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후쿠다 야스오(福田康夫) 관방장관은 12일 오전 기자회견에서 “6자회담 재개를 앞두고 납치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안 된다. 상황은 성숙했다”고 밝혀 양국간 교섭이 이미 상당히 진전되었음을 암시했다.

가와구치 요리코(川口順子) 외상이 이날 오전 “전향적 움직임의 하나”라고 평가한 것도 일본 정부의 큰 기대감을 대변하고 있다.

다나카 심의관은 ‘미스터 X’로 알려진 북한 고위 실력자와 극비 접촉을 거듭하며 신뢰를 쌓은 끝에 2002년 9월 북-일정상회담을 이끌어 낸 주역. 그러나 피랍 일본인의 북한 잔류 가족 문제와 북핵 위협으로 양국 관계가 나빠지자 대북 외교의 전면에서 한발 물러나 있었다.

6자회담의 일본 대표인 야부나카 미토지(藪中三十二) 아시아 대양주 국장이 김 부상과 회담한다는 점도 방북단 성과에 기대를 더해 준다.

일본 언론들은 야부나카 국장이 동행한 배경으로 피랍자 가족들이 다나카 심의관을 불신하고 있는 점을 거론했다. 정상회담 때 양국 관계자들이 납치 문제는 적당히 처리하려 했다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따라서 이번에는 정부간 밀약이 없다는 ‘증인’으로 야부나카 국장을 동행시켰다는 것이다.

도쿄=조헌주특파원 hansc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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