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경찬 펀드 파문]“유령회사에 거액 유입…盧주변 비리”

  • 입력 2004년 1월 30일 18시 5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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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당이 일제히 노무현 대통령의 친인척 비리 의혹에 대한 공세에 나섰다.

공격 타깃은 노 대통령의 친형 건평씨의 처남 민경찬씨가 투자회사 ‘시드먼(SEEDMON)’을 통해 650억원을 모집한 경위에 맞춰졌다.

한나라당은 민씨가 설립한 투자회사가 금융감독원에 등록이 안 된 데다 관할 세무서에 사업자 등록조차 하지 않은 ‘유령회사’라는 점을 문제 삼았다.

박진(朴振) 대변인은 30일 구두 논평에서 “대통령 사돈의 유령투자회사가 무려 650억원이란 검은돈을 끌어들인 것은 단순 금융사고가 아니라 또 다른 대통령 주변 비리 의혹을 제기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김성완(金成浣) 부대변인도 논평을 내고 “경영하던 병원마저 부도낸 비전문가 사장이 이끄는 투자회사에 돈이 몰린다는 것은 예사롭지 않은 일”이라며 “사장이 현직 대통령의 사돈이라는 것이 유일한 사업설명회요, 투자유치계획인 모양”이라고 청와대의 진상 규명을 촉구했다.

이와 관련해 당 전략기획팀은 이날 당 지도부에 “민씨의 투자회사는 노 대통령의 불법 자금 저수지인 장수천의 재판(再版)이 될 의혹이 짙다”며 △2월 임시국회 정무위원회에서 민씨의 증인 출석 △검찰의 민씨 구속수사 촉구 등의 대응전략을 담은 보고서를 제출했다.

한 핵심당직자는 “민씨가 무리한 병원확장 실패로 많은 소액 채권자들에게 피해를 주어놓고서도 빚을 갚기는커녕 병원 경매가가 원래의 3분의 1 이하로 떨어지자 재매입을 추진하고 있다”며 “이는 서민을 울리는 악질적인 재테크 방식”이라고 비판했다.

이날 당 지도부에 보고된 민씨의 등기부 등본상 채무액은 70억원대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민주당 김재두(金在斗) 부대변인도 이날 논평을 통해 “유령회사에 돈이 쏟아진 것은 노 대통령의 사돈이라는 상품에 도박을 했기 때문”이라며 “살아 있는 권력에 돈이 쏟아지고 있는데도 금융감독 당국은 무엇을 하고 있었는지, 대통령 친인척을 관리하는 청와대는 귀를 막고 있었는지 청와대가 직접 진상을 조사하라”고 요구했다.

장성원(張誠源) 정책위의장은 “민주당도 자체 조사를 벌여 민씨의 투자회사 설립 배경 등을 추적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연욱기자 jyw11@donga.com

▽검찰, 閔씨 병원직원 임금체불 혐의 조사▽

민경찬씨가 자신이 운영하던 경기 김포 푸른솔병원 직원 80여명의 임금 수억원을 체납해 검찰 조사가 진행 중인 것으로 밝혀졌다.

경기 부천지방노동사무소 관계자는 30일 “병원 직원들이 지난해 내내 임금체불을 진정해왔으나 해결이 되지 않아 이 사건을 인천지검 부천지청으로 넘겼다”며 “임금이 체불된 기간은 직원에 따라 3∼6개월가량”이라고 밝혔다. 민씨는 2002년 2월 개원했으나 찾는 환자들이 적어 경영상 어려움을 겪다가 지난해 5월 폐업신고를 냈다.

임금을 받지 못한 직원들의 항의와 진정이 계속되자 민씨는 이곳에서 자취를 감췄고 휴대전화 번호도 자주 바꾼 것으로 알려졌다.

이 병원 관리인으로 2년간 근무했던 고모씨(65)는 “민씨가 병원장으로 있을 당시 매일 빚쟁이들이 병원을 찾아왔다”며 “언론에 민씨 관련 보도가 나온 직후 임금을 못 받고 흩어졌던 직원들이 줄줄이 찾아와 민씨의 소재를 묻고 갔다”고 말했다.

병원 직원숙소로 이용되던 병원 앞 H빌라에는 몇달치 임금을 받지 못한 이 병원 직원들과 세입자 10여명이 계속 살면서 민씨가 나타나기를 기다리고 있다.

민씨는 임금체불 외에도 2002년 의료전문브로커 등과 결탁해 18억원 상당의 중고의료기기를 30억원 상당의 신품인 것처럼 허위서류를 작성해 국고대출을 받은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기도 했다.

한편 이 병원은 H빌라와 함께 다음달 17일 인천지법 부천지원에서 경매에 부쳐진다. 민씨가 병원을 담보로 농협과 하나은행 등 금융회사에서 빌린 돈을 갚지 못해 지난해 3월 가압류된 상태.

감정가격은 56억2618만원이며 지난해 5월 30일부터 7차례에 걸쳐 경매가 진행됐지만 유찰을 거듭했다.

유재동기자 jarrett@donga.com

이철용기자 lc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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