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의 재신임 투표 어떻게?

  • 입력 2004년 1월 26일 18시 04분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재신임 투표 실시 여부가 갈수록 모호해지고 있다.

노 대통령은 2004년 1월 14일 연두 기자회견에서 재신임 문제는 "국민과의 약속이기 때문에 어떻게든 실천하겠지만 그 방법을 놓고 고심하고 있다"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이날 회견에서 "지난 해 10월 처음 재신임문제를 제기했을 때는 국민투표를 생각했으나 각 정당이 반대를 하고 있고 법적으로도 곤란하다는 해석이 나와 다른 방도를 찾고 있다"면서 오는 4월 실시되는 총선과의 연계도 구체적으로 검토한 바 없다고 밝혔다.

노 대통령은 그 시기에 대해 대통령 주변 인물에 대한 "특검 조사가 마무리되거나 어느 정도 윤곽이 드러났을 때 해야 될 것 같다"고 말해 계속 유동적임을 드러냈다.

노 대통령의 재신임 문제는 2003년 10월10일 기자회견을 통해 전격적으로 발표되었다. 노대통령은 이 회견에서 "그동안 나에 대해 축적된 국민들의 불신도 있고 또 최도술 총무비서관에 대한 혐의(SK 비자금 수수사건)도 제기돼 재신임을 물어야겠다는 결심을 굳혔다"고 밝혔다. 노 대통령은 또 재신임을 묻는 방법과 시기는 공론을 통해 결정하겠으나 2004년 4월 총선 전후 까지는 마무리 짓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재신임을 묻겠다고 밝힌 후 4개월이 지났고 스스로 정했던 시한인 4월 총선도 3개월 밖에 남지 않은 현재까지 어느 것 하나 진전되지 않아 과연 재신임 투표가 실시되기는 하는 것인지에 대한 국민들의 의구심이 여전히 해소되지 않고 있다.

노 대통령의 재신임 발표가 있자 당초 야당은 찬성하는 분위기였다. 노 무현 대통령은 잦은 구설수와 정국 불안으로 국민들의 지지도가 35% 안팎 수준으로 떨어져 있어 재신임을 얻지 못할 것이라는 여론이 지배적이었다.

그러나 2003년 10월 하순 실시한 한국사회 여론 연구소의 여론조사에서는 노 대통령의 국정운영 지지도는 32.9%로 여전히 낮았으나 투표를 할 경우 '재신임 하겠다'는 의견이 62.3%로 절대 우위를 차지했다.

또 재신임 투표는 국정 혼란을 야기 시키고 막대한 경비만 들어갈 뿐 아니라 기본적으로 '국민투표 자체가 위헌'이라는 여론이 비등했다. 현행 헌법은 헌법개정과 외교 국방 통일 등 국가안위에 관해서만 국민투표를 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야당은 물론 국회, 시민단체, 심지어는 여당에서까지 재신임 투표를 반대하기 시작했다.

그럼에도 불구, 노 대통령은 재신임 문제가 국민과의 약속이기 때문에 반드시 지킬 것이라고 언명했으며 불법 대선자금 문제가 불거지던 12월 16일 또 다시 은퇴 가능성을 시사함으로써 정국에 커다란 파장을 던졌다.

노 대통령은 이날 특별 기자회견을 열고 "지난 대선 당시 선거대책위나 측근 참모들의 불법 선거자금이 한나라당 불법 선거자금의 10분의 1일 넘는다면 재신임 투표 절차 없이 정계은퇴 약속을 지키겠다."고 선언했다.

검찰의 불법 대선 자금 수사가 한창 진행되는 와중에 나온 이 같은 발언은 대통령 발언의 신중성에 대한 시비를 다시 불러일으키며 여론의 호된 비판을 받았다.

노 대통령의 이 같은 발언 직후 실시한 한국사회여론연구소의 여론조사는 대통령의 발언이 적절치 못했다는 의견이 64%나 차지했다. 대통령의 연두 기자회견은 재신임 문제가 여전히 가닥을 잡지 못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연국희기자 ykookh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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