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한강 이북 안보 ‘새 생각’ 내놓아야

  • 입력 2004년 1월 18일 18시 27분


한미연합군사령부와 유엔군사령부를 포함해 서울 용산에 주둔하는 주한미군 전체가 한강 이남으로 옮겨지게 됐다. 미국의 강력한 요구에 노무현 대통령도 유엔사 서울 잔류에 매달리는 것은 ‘낡은 생각’이라고 호응했으니 한미의 합의라는 모양새는 갖춰졌다. 수도 서울이 122년 만에 외국군 주둔시대를 마감한다는 의미도 크다. 그러나 이를 환영하기에는 우리의 안보 현실이 편안치 않다.

따라서 한강 이북에 주둔하는 미군의 완전 철수로 야기될 안보 불안감을 해소하는 일이 급선무다. 정전상태를 극복하지 못한 채 북한과 대치 중인 특수상황과 서울이 북한 장사정포의 사정권 안에 든다는 현실을 고려하면 국민이 불안을 느끼는 것은 당연하다. 용산기지 이전으로 인해 해외투자가 위축되는 등 경제에 끼칠 부정적인 여파도 작지 않을 것이다. 그런 우려 때문에 우리는 본란에서 상징적인 억지 차원에서 한미연합사와 유엔사는 서울에 남아야 한다고 주장했던 것이다.

미국은 기지 이전으로 대북(對北) 억지력이 약화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강조한다. 해외주둔 미군 재배치 계획에 따라 추진하는 것으로 주한미군의 전력은 오히려 증강될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국회의원 133명이 용산기지 이전에 반대하는 등 한국인의 우려는 여전하다. 미국은 말이 아니라 행동으로 한국인의 우려를 불식시켜야 할 것이다.

그동안 미국과의 기지이전 협상에서 원칙 없이 흔들리는 모습을 보여 온 정부는 이제라도 후속 대책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 지난해 고건 총리는 미군 이전 3원칙 중 하나로 ‘주한미군의 인계철선 유지’를 내세웠으나 지켜내지 못했다. 정부는 또 용산기지 잔류 면적을 놓고 미국과 실랑이를 벌이다가 기지 이전에 동의하고 말았다. 이는 정부의 준비 부족과 협상력 부재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이 아닌가.

노 대통령은 나라의 미래 안보를 보장할 ‘새 생각’이 무엇인지 밝혀야 한다. 안보에 대해서는 미국이 아니라 정부가 국민 우려를 해소할 책임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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