盧대통령 당선 1주 축하행사서 야당 노골적 공격

  • 입력 2003년 12월 19일 23시 0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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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계남씨와 함께 대선 승리 1주년을 기념해 19일 서울 여의도공원에서 열린 ‘리멤버 1219’ 행사에 참석한 노무현 대통령(오른쪽)이 명계남씨와 대화를 나누고 있다. -박경모기자
명계남씨와 함께 대선 승리 1주년을 기념해 19일 서울 여의도공원에서 열린 ‘리멤버 1219’ 행사에 참석한 노무현 대통령(오른쪽)이 명계남씨와 대화를 나누고 있다. -박경모기자
‘노무현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노사모)’ 주축의 대선 승리 1주년 기념행사 ‘리멤버 1219’에서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은 19일 취임 후 가장 강력하게 야당을 공격했다.

노란색 목도리를 하고 단상에 오른 노 대통령은 1000여명의 회원들 앞에서 ‘떡밥론’을 펼치며 불법 대선자금에 대한 자기변호에 나섰다.

노 대통령은 “고기(유권자)를 많이 잡는 경기(선거)에서는 떡밥을 많이 뿌려야 고기를 많이 잡고 경기에서 이긴다는 것 아닌가”라며 “상대방이 떡밥을 왕창 뿌리고, 떡밥을 쫓아 줄줄 따라가는 고기가 보이는데 버틸 수 있는 장사가 그리 많지 않다”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그러나 너무 많이 뿌리면 강물이 오염돼 고기가 살 수 없게 된다. 그래서 법도 떡밥 뿌리지 말라고 금지해 놓고 있다”며 “여러분의 뜨거운 가슴과 노력이 있었기에 우리는 승리했다”고 주장했다.

노 대통령은 이날 특유의 화법으로 야당을 공격했다. 먼저 노 대통령은 “4년 전 수백억원의 ‘세풍’ 불법자금을 모았던 사람에게 체포동의안이 요구되니까 국회에서 똘똘 뭉쳐 부결시키고 박수를 치고 희희낙락했던 그 사람들이 정치개혁 이루겠느냐”고 한나라당을 비난한 뒤 “국회도 개혁을 하지 않는다면 우리 국민의 준엄한 심판을 면하지 못할 것이다”고 정치권 전체를 겨냥했다.

또 노 대통령은 정치권을 물로 비유하며 “1급수는 그냥 마시고 2급수는 약 타거나 정화하면 훌륭한 1급수가 될 수 있다. 3급수는 공업용수다. 4급수는 목욕도 하면 안 된다. 피부병 생긴다. 큰일 난다”며 정치권 물갈이를 강조했다.

이어 노 대통령은 “언론에 기대해 볼까요. 설명하지 말까요. 설명 안 하겠다”고 자문자답을 하며 언론에 대해서도 불만을 표했다.

이와 함께 노 대통령은 “위대한 국민을 믿고 노사모 다시 한번 뛰어 달라. (나도) 분골쇄신하겠다. 여러분 함께 하자”며 내년 총선을 전후한 정치권 개혁에 노사모의 적극적인 참여를 촉구했다.

노 대통령은 “여러분의 분노와 실망을 잘 알고 있다”면서 “다시 한번 떨쳐 일어서 달라”고 직설화법을 사용해 참석자들로부터 큰 박수를 받았다.

노 대통령은 “미국에는 우리의 승리를 본떠 딘사모(민주당 하워드 딘 후보를 지지하는 모임)가 만들어져 그 후보가 예선에서 선두주자로 달리고 있다”며 “이 기적, 이 혁명은 여러분이 만든 것이다. 존경한다. 사랑한다”고 노사모 회원들을 치켜세우기도 했다.

이에 앞서 열린우리당 김원기(金元基) 공동의장은 “지지도가 정체되고 있는 것에 깊이 반성하고, 오늘 다시 새로운 각오로 일어날 테니 힘을 합쳐 달라”며 지지를 호소했다.

노사모 상임고문인 영화배우 명계남(明桂男)씨는 “이 시간에도 사익 추구 집단이라고 볼 수 있는 어느 정당은 민생국회를 팽개치고, 지역감정 자극하러 어느 지역에 갔고, 또 다른 사익 정당도 이날을 다른 식으로 기념한다고 나갔다”며 한나라당과 민주당을 싸잡아 비난했다. 명씨는 특히 “민주당은 배신이라는 말을 함부로 쓰면 안 된다. 지난 대선운동 과정에서 민주당 국회의원 및 지구당위원장이 어떻게 선거운동을 했는지 우리는 똑똑히 알고 있다”며 민주당에 강한 거부감을 나타냈다. 사회를 본 방송인 김갑수씨는 “나를 ‘노빠’라고 하지만 나는 대한민국을 사랑하는 ‘대빠’”라며 “오로지 나만 생각하는 ‘나빠’가 있는데 누구인지 아느냐”고 물었고 참석자들은 ‘한나라당’이라고 외치기도 했다. 노사모 회원들은 ‘노무현 짱’ 등을 연호하며 세를 과시한 뒤 오후 10시경 해산했다.

최호원기자 bestige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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