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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3년 11월 25일 18시 4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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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노 대통령은 지난 주말부터 일정을 줄이면서 장고를 해오다 국무회의를 하루 앞둔 24일에야 ‘조건부 거부’ 쪽으로 마음을 굳혔다.
특히 23일 한나라당 최병렬 대표가 ‘대통령 거부권 행사시 전면투쟁’을 선언하는 바람에 결심이 굳어진 것 같다고 주변 참모들은 전했다.
먼저 청와대 한 핵심관계자는 “노 대통령이 3대 특별법안 등을 처리해 달라고 협조 서한을 보낸 지 불과 이틀 만에 한나라당이 전면투쟁을 한다고 나서지 않았느냐”며 “초당적인 국정운영을 위해 직접 국회의 협조를 구하겠다고 고개를 숙이는 마당에 투쟁 일변도로 나오는 데 대해 정말 실망감을 금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노 대통령이 재의를 요구키로 결정한 데는 ‘법 논리’ 외에도 내부의 강경한 기류가 영향을 끼쳤다는 후문이다.
한 386핵심참모는 “한나라당이 그런 식으로 겁준다고 해서 노 대통령이 겁을 먹을 사람이냐”며 “지금 검찰 수사를 중단시킬 이유가 하나도 없지 않느냐. 김두관(金斗官) 행정자치부 장관 해임안을 받아들일 때와는 사정이 전혀 다르다”고 강조했다.
청와대 참모들은 이 밖에도 노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 배경에 검찰의 수사 독립을 보호하겠다는 정치적인 판단도 깔려있다고 설명했다. 민정수석실의 핵심관계자는 “검찰은 대선자금 수사를 하면서 수사 독립 보장이 어느 때보다 절실한 기로에 서 있다”면서 “노 대통령이 검찰의 방패막이가 돼 주겠다는 뜻이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한편 열린우리당은 노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를 “헌법이 보장한 권한에 따른 당연한 결정”이라며 환영했다. 김원기(金元基) 공동의장은 의원총회에서 “헌법이 보장한 대통령의 권한행사에 국회는 국회대로 법의 규정에 따라 재의에 응하면 된다”며 “한나라당이 예산안 심의를 거부하는 등 정국 전반을 초헌법적으로 몰고 가는 것은 폭거이고 폭력”이라고 비난했다.
최영해기자 yhchoi65@donga.com
이승헌기자 dd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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