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우리당 세대갈등 폭발…“黨의장 간선제”발언이 도화선

  • 입력 2003년 11월 19일 19시 0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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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우리당은 19일 오전 국회 귀빈식당에서 김근태 원내대표(가운데) 주재로 정책정례회의를 열고 불법체류 외국인 노동자 대책 등을 논의했다. -김경제기자
열린우리당은 19일 오전 국회 귀빈식당에서 김근태 원내대표(가운데) 주재로 정책정례회의를 열고 불법체류 외국인 노동자 대책 등을 논의했다. -김경제기자
열린우리당의 총선 지도부 구성을 둘러싼 당내 갈등이 위험 수위로 치닫고 있다.

김원기(金元基) 공동의장이 19일 사전 예고 없이 확대간부회의에 불참하고 사흘간 휴가를 떠남으로써 갈등은 이제 전면적인 당권투쟁으로 비화되는 양상이다. 이 같은 갈등의 저변에는 창당 이후 좀처럼 바람을 불러일으키지 못하고 있는 분위기를 전환시키지 못할 경우 내년 총선에서 참패할지 모른다는 위기의식이 깔려 있다.

김 의장이 전날(18일) 의장(대표)선출 방식을 당헌에 규정된 직선제에서 간선제로 바꿀 것을 제안한 데 대해 정동영(鄭東泳) 신기남(辛基南) 의원 등이 김 의장을 정면 비판하고 나선 것도 이런 맥락이다.

정 의원은 이날 기자와의 통화에서 “김 의장이 평지풍파를 일으켰다. 한나라당도 하지 않는 간선제로 당 의장을 뽑자는 발상은 어처구니없다”며 “당 의장 선출을 앞당길 필요가 있다”고 적극 공세를 폈다. 김태랑(金太郞) 상임중앙위원도 “신당은 개인의 노욕이 아닌 국민의 판단에 따라 움직여야 한다”고 비난했다.

장영달(張永達) 조직위원장이 이날 기자회견을 갖고 “지구당 창당을 서두르면 당초 예정(2월)보다 앞당겨 1월 중순경 당 의장 경선을 할 수 있을 것이다”며 갈등 진화에 나섰지만 수습은 쉽지 않을 듯하다.

추미애(秋美愛) 의원의 지도부 경선 출마로 개혁의 화두를 선점하려는 민주당과의 경쟁에서 뒤지지 않기 위해서는 ‘조기전당대회’와 ‘직선제 경선’을 통해 총선 전 세대교체를 이뤄야 한다는 게 소장파의 공감대이기 때문이다.

한편 중진그룹의 한 축인 이상수(李相洙) 의원과 이호웅(李浩雄) 의장비서실장이 유인태(柳寅泰) 대통령정무수석비서관과 만난 지 이틀 만에 김 의장의 ‘휴가파동’이 시작된 것도 주목할 대목이다.

조기전대 소집 방침이 결정되고 정 의원과 가까운 김한길 전략기획위원장에게 ‘전대 로드맵’ 준비를 맡긴 것도 소장파의 요구가 당내에서 점차 먹혀드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을 낳고 있다. 그러나 소장파에 대해서도 당내에서는 “김 의장에 맞설 만한 정치력과 안정된 관리능력을 검증받지 못했다”는 회의론이 적지 않은 상황이어서 김 의장이 휴가 뒤 어떤 카드를 들고 나타날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승헌기자 dd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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