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집안싸움’ 조짐…재신임 대처방식, 전당대회 시기

  • 입력 2003년 10월 17일 18시 5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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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재신임 정국 대처 방식과 전당대회 시기 문제 등을 놓고 민주당 내에서 내홍(內訌)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우선 한화갑(韓和甲) 전 대표를 위시한 중도파 의원들이 박상천(朴相千) 대표의 정국 대처 방식의 이의를 제기하며 조기 전당대회 개최를 공개적으로 주장하고 나섰다. 이에 박 대표측은 “전대 시기를 미리 정하면 지도부가 레임덕에 빠져 복잡한 재신임 정국을 이끌고 나갈 수 없다”며 당권고수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비상대책위 총괄간사인 강운태(姜雲太) 의원은 17일 국회 대표실에서 박 대표를 만나 다음달 27일을 전후해 전당대회를 개최, 정식 지도부를 선출하자는 비대위 의견을 전달했다.


한 전 대표도 이날 기자와의 통화에서 “어차피 과도체제이기 때문에 며칠 더한다고 레임덕이 없어지는 것이 아니고, 며칠 덜해서 레임덕이 생기는 것도 아니다”며 “빨리 전대를 개최해 당 발전에 도움을 주는 게 좋다”고 거들었다.

중도파는 내심 ‘조순형(趙舜衡)-추미애(秋美愛) 투톱(공동 대표)’ 체제를 구상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중도파 의원들은 또 재신임 정국에서 마치 민주당이 한나라당과 ‘공조’하는 것처럼 비치는 바람에 호남 여론에 악영향을 끼치고 있다는 불만도 토로하고 있다.

그러나 박 대표는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한나라당은 총선에서 우리 당과 싸워야 할 강력한 경쟁자인데 어떻게 공조가 가능하겠느냐”고 잘라 말한 뒤 조기 전당대회 개최 요구에 대해서도 “무슨 말인지 잘 모르겠다”고 불쾌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그는 “전당대회를 가능한 한 조속히 개최할 것이며 지도부 선거에 불출마할 것이라는 약속에는 전혀 변함이 없다”면서도 “그러나 재신임 문제로 복잡한 상황에서 전대시기를 미리 발표하는 것이 현명하지 못한 만큼 11월 초쯤이면 정국의 가닥이 잡히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이런 갈등 양상에 당내에서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한 당직자는 “박 대표와 한 전 대표간에 ‘권력 투쟁’이 가시화될 경우 정대철 대표처럼 당을 떠나는 사람들이 생겨날까 걱정된다”고 말했다.

정용관기자 yongar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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