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신임 국민투표'논란]청와대-崔씨 갈등기류

  • 입력 2003년 10월 14일 19시 05분


청와대와 최도술 전 대통령총무비서관 사이에 미묘한 갈등 기류가 감지되고 있다.

최 전 비서관이 검찰에 소환된 14일 청와대 관계자들은 “검찰이 원칙대로 수사할 것”이라는 원론적인 의견만을 내놓으며 말을 아꼈다.

그러나 청와대 내에는 SK측으로부터 11억원을 받은 혐의를 전면 부인하고 있는 최 전 비서관의 말을 액면 그대로 신뢰할 수는 없다는 반응이다.

한 고위 관계자는 “최 전 비서관이 ‘한 푼도 받지 않았다. 부산지역 은행 간부 출신인 이모씨가 전적으로 책임이 있다’고 한다지만 이를 100% 진실로 받아들이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이어 이 관계자는 “검찰수사 결과가 나와 봐야 알겠지만 결국 최 전 비서관이 책임을 면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노 대통령도 그렇게 판단하고 있는 것 같다”고 전했다.

그는 또 “최 전 비서관이 예전의 청와대를 생각하면서 ‘이것 하나 (청와대가) 덮어주지 못하느냐’며 섭섭한 감정을 가질지 모르지만 검찰을 풀어 놓은 청와대로서는 아무런 방도가 없다”고 강조했다.

부산에서는 지난달 3일 인천공항에서 출국금지 조치를 당한 사실을 뒤늦게 안 최 전 비서관이 러시아에서 귀국한 직후 청와대를 강도 높게 비판했다는 얘기가 나돌고 있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최 전 비서관이 러시아에서 돌아온 뒤 한 횟집에서 측근들과 회동하면서 문재인(文在寅)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을 비난했다고 한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최 전 비서관은 이 자리에서 ‘이러면 내가 아는 것을 다 불어버린다’며 아주 격앙돼 있었다고 한다”고 말했다. 최 전 비서관은 검찰수사 소식이 알려진 직후부터 기자들과의 접촉을 끊어버린 상태다.

청와대의 한 관계자는 “최 전 비서관과 이씨가 서로 책임을 떠넘기면서 ‘핑퐁 게임’을 벌일 가능성도 없지 않다”며 “어쨌든 검찰에서 건드리면 청와대로서는 간여할 수 있는 수단이 아무 것도 없다”고 말했다. 청와대측은 굿모닝시티 사건에 연루된 정대철(鄭大哲) 전 민주당 대표의 사례를 거론하면서 청와대가 어떤 역할도 하기 어렵다는 점을 누누이 되뇌고 있다.

그러면서도 최 전 비서관 사건이 청와대 앞마당으로 불똥이 튀지 않을까 우려하는 모습도 엿보인다.

이와 관련해 한 386 핵심참모는 “실수를 했다면 본인이 책임져야 하지 않겠느냐”고 말해 어디까지나 최 전 비서관 개인비리의 차원으로 마무리돼야 한다며 선을 긋기도 했다.

윤태영(尹太瀛)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노 대통령은 강금실(康錦實) 법무부 장관으로부터 이 문제를 보고받았을 당시에 ‘원칙대로 하라’고 지시했다”면서 “원칙대로 하고 있기 때문에 검찰에서 최 전 비서관을 소환한 것 아니냐”고 말했다.

최영해기자 yhchoi6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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