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日 유엔총회장 舌戰 진풍경

  • 입력 2003년 9월 25일 18시 2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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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엔 총회장에서 24일(현지시간) 북한과 일본 외교관이 설전을 벌이는 진풍경이 연출됐다.

이날 오후 국가별 기조연설이 끝난 직후 북한 대표단의 한 외교관이 손을 들고 일어나 전날 있었던 가와구치 요리코(川口順子) 일본 외상의 ‘북-일간 국교 정상화에 앞서 북한은 일본인 납치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연설내용을 문제 삼았다.

북한 외교관은 “납치 문제는 이미 해결됐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인도적 차원의 납치 문제를 일본이 정치적 쟁점으로 만들고 있다”고 비난하면서 “일본은 과거 100년간 북한을 적대적으로 대해 왔고 더 많은 북한인을 납치 살해했다”고 덧붙였다.

북한측 발언이 끝나자마자 이번엔 일본 외교관이 손을 들었다. 일본측은 피랍됐던 5명이 되돌아오긴 했지만 그들의 가족이 돌아오기 전에는 해결됐다고 볼 수 없다고 반박했다. 이어 북한은 국교정상화를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주장도 빼놓지 않았다.

양측의 공방전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북한 외교관은 다시 손을 들고 일어나 주장을 되풀이했다. 일본 외교관도 다시 일어나 논점을 거듭 밝혔다.

전날 코피 아난 유엔 사무총장은 가와구치 외상에게 “북한 문제와 관련한 일본의 어려운 입장은 이해하지만, 유엔의 북한 내 인도주의적 지원활동이 어려움에 처해 있는 만큼 일본이 재정적으로 도와주기 바란다”고 요청했다.

이에 대해 가와구치 외상은 직접 답변하지 않은 채 “북한이 핵무기 프로그램을 버린다면 식품, 에너지 지원 같은 경제적 이익을 챙길 수 있다는 점을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피해 나갔다.

유엔 총회장에서 회원국 대표는 누구든 손을 들고 발언할 수 있다. 지난해 총회장에선 분쟁을 겪었던 에티오피아와 에리트레아 대표가 각각 다섯 차례 같은 내용을 외치면서 상대국을 비난한 사례도 있다.

유엔본부=홍권희특파원 konih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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