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 사실상 分黨]‘10월 이혼’ 까지 한 지붕 두 살림

  • 입력 2003년 9월 4일 18시 1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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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내 신당파가 4일 창당주비위원회 발족을 선언함으로써 민주당 분당이 ‘초읽기’에 들어갔다. 이날 신당파의 ‘창당 로드맵’이 가시화됨에 따라 정치권 전체도 정계개편의 격랑에 휩싸일 전망이다.

▽분당과 탈당=신당파가 이날 창당주비위 구성을 위해 소집한 모임에서 김원기(金元基) 고문에게 탈당계를 제출한 의원은 참석자 25명과 결정을 위임한 의원 6명을 합쳐 모두 31명. 그러나 이해찬(李海瓚) 의원은 “이외에도 6, 7명이 내게 탈당 의사를 밝힌 바 있고 특히 김근태(金槿泰) 고문도 포함된다”며 참여 의원수가 늘어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해 정동영(鄭東泳) 고문은 모임에서 “신당에 의원 30명만 모이면 ‘신당에 와도 내년 총선에서 당선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게 된다. (민주당 의원의 과반수인) 51명만 오면 (민주당 나머지 의원들이) 신당으로 와야 하는 상황이 된다”고 말했다.

신당파는 탈당 시기와 관련해 5일 신당추진모임 운영위를 열어 구체적인 논의를 할 예정이나 대략 국정감사가 끝나는 다음달 20일을 데드라인으로 잡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렇다고 탈당을 무한정 늦출 수는 없다는 게 강경파의 주장이다. 신기남(辛基南) 의원은 “주비위 구성만으로 신당 창당을 위한 노력을 다했다고 생각하면 자기기만이다. 그 이상의 결단을 곧 행동으로 보여야 한다”고 촉구했다.

신당파는 의원들의 탈당을 기폭제 삼아 10만명의 발기인을 모집한다는 방침이다.

▽중도파 설득과 비주류의 반발=주비위는 조만간 서울 여의도에 창당작업을 진행할 1500여평 규모의 사무실도 마련할 계획이다. 그러나 신당파의 당면한 숙제는 무엇보다 참여를 거부하고 있는 중도파의 설득문제다. 조순형(趙舜衡) 추미애(秋美愛) 의원 등 그동안 공들여온 주류 출신 중도파 의원들이 참여를 거부한 채 신당추진 유보를 요구하는 31명의 중도파 서명에 가담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또 참여 쪽으로 기울었던 김근태 고문이 단식농성에 들어간 것도 일단은 중도세력의 주비위 참여 및 탈당계 제출을 지연시키는 한 요인이 될 전망이다.

여기에 비주류측 ‘정통모임’은 5일 전체모임을 갖고 정기국회 이후 새 지도부 선출을 위한 ‘전대 소집’을 요구하고 있는 중도파와의 연대를 표명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자칫 세 확산이 늦어지고 탈당을 머뭇거리다가는 명분싸움에서 밀릴 수 있다는 우려도 신당파 내부에서 제기되고 있다.

신당파는 조만간 비주류가 제기할 주요 당직 사퇴 문제도 ‘미련없이’ 정리한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정대철(鄭大哲) 대표측은 “당 대표로서 당의 분열을 막는 노력을 최후까지 포기할 수 없다”며 주비위에 가담하지 않고 분당사태 해결을 위한 막후 접촉을 계속할 계획임을 밝혔다.

계획하여 준비한다는 뜻으로 창당 주비위란 창당 준비위 결성을 준비하는 기구를 말한다. 발기인 선정, 당사 마련, 가칭 당명 결정, 발기취지문 작성 등의 기초 작업을 한다. 정당법상 창당 준비위 단계부터 법적인 정당 활동에 들어가며 창당 주비위는 법적 기구는 아니다. 준비위 구성에 앞서 주비위를 만들어 창당에 필요한 기초 작업을 하는 게 관례다.

박성원기자 swpark@donga.com

정용관기자 yongar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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