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총무원장 협박' 보도 불교신문 회수-폐기 소동

  • 입력 2003년 9월 2일 10시 2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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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2일자로 발행된 불교신문이 배부 과정에서 돌연 회수돼 전량 폐기되고 일부 기사가 교체된 뒤 다시 인쇄, 발행됐다.

이에 대해 불교신문측은 "일부 기사가 오보로 판명됐기 때문"이라고 밝혔으나 구체적으로 어떤 기사의 어느 부분이 오보였는지에 대해선 굳게 입을 다물었다.

그러나 동아닷컴 취재팀이 확인한 바에 따르면 삭제된 기사는 '청와대, 총무원장 스님 협박'이라는 제목의 1면 탑 기사였으며 '청와대 고위직 인사가 조계종 총무원장 스님을 협박하는 발언을 했다는 주장이 제기돼 파문이 일고 있다'는 내용인 것으로 드러났다.

폐기된 기사는 지난달 29일 발표된 불교환경연대의 성명문을 인용, '북한산 문제로 청와대의 뜻을 전달하던 여권의 한 정치인사가 청와대 고위 책임자와 북한산 문제에 대한 불교계의 협조 문제를 이야기 하면서 총무원장 스님에 대한 정치적 보호문제에 대해 논의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고 적고 있다.

신문은 불교환경연합측이 '이같은 발언은 만일 불교계가 청와대의 요청을 수락하지 않으면 총무원장을 보호할 수 없다는 협박성 발언으로 밖에 이해되지 않는다'고 말하고 '지금이 어떤 세상인데 군사독재 시절에도 쉽게 할 수 없는 협박을 종교계에 하는가'하며 개탄하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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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문은 이어 '문제의 발언을 청와대와 가까운 한 재가불자에게서 전해들은 총무원장 스님은 대노한 것으로 전해졌다'며 청와대가 이에 대한 대책마련에 부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고 보도했다.

또 '문제의 발언을 전한 이 재가불자가 한 스님에게 총무원장 스님이 관련된 소송을 거론하며 은근한 협박성 발언을 한 것으로 알려져 물의를 빚고 있다'고 보도, 청와대측의 이번 발언이 의도된 것임을 강력 시사하기도 했다.

문제의 총무원장 관련 소송은 ‘법장스님이 종법이 정한 승계를 받지 않아 총무원장 자격이 없다’면서 충남 서산시 간월암 주지 원륭스님이 제기한 ‘총무원장 당선무효 소송 및 직무정지 가처분 신청’ 소송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폭발성을 가진 기사가 갑자기 삭제된채 발행된 이유에 대해 불교신문사 사장 현응스님은 "내가 말할 수 있는 입장이 아니다"며 답변을 회피했다.

그러나 불교환경연대 관계자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발행인인 총무원장 스님이 보도내용에 대한 보고를 받고 ‘신문을 회수하라’고 지시했다고 들었다”면서 “당사자로서 신문에 회자되는 것이 편하지 않았던 것으로 생각된다”고 말했다.

한편 청와대 관계자는 "지난 30일 총무원측에서 청와대로 '불교신문 기사가 잘못돼 정정하겠다며 사과해왔다"고 밝혔다. 그는 불교신문측이 왜 스스로 그러한 연락을 해왔느냐는 질문에 "청와대와 관련된 기사라서 비서실로 연락한 것 같다"면서 "(협박이)사실이 아닌 것은 틀림없다"고 말했다.

조창현 동아닷컴기자 cch@donga.com

최건일 동아닷컴기자 gaegoo9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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