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대회 '南北 충돌' 파장]정부, 南-北사이 엉거주춤

  • 입력 2003년 8월 25일 18시 31분


자유시민연대 등 30여개 단체로 구성된 ‘북핵저지시민연대’(대표 박찬성) 회원들이 25일 오후 서울 중구 태평로 한국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대구 유니버시아드미디어센터 앞에서 발생한 북한 기자단과 이 단체 회원간의 폭력사태에 대해 북측의 사과와 북측 관계자의 사법처리를 촉구하고 있다. -김동주기자
자유시민연대 등 30여개 단체로 구성된 ‘북핵저지시민연대’(대표 박찬성) 회원들이 25일 오후 서울 중구 태평로 한국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대구 유니버시아드미디어센터 앞에서 발생한 북한 기자단과 이 단체 회원간의 폭력사태에 대해 북측의 사과와 북측 관계자의 사법처리를 촉구하고 있다. -김동주기자
“‘남북관계를 고려하면 ’남남(南南)갈등‘이 커지고, 남남갈등을 고려하자니 남북관계가 갈 길이 멀고….”

최근 보혁간 이념적 갈등이 심각한 수준에 이르고 있는 상황에서 대구 유니버시아드를 둘러싸고 남북갈등과 남남갈등이 증폭되는 사태가 잇따라 벌어지자 정부가 이 같은 상황에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를 놓고 곤혹스러워하고 있다.

25일 청와대와 정부는 일단 전날 대구에서 벌어진 보수단체와 북측 기자단의 충돌 사태는 정부 차원에서 입장을 밝힐 일은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문희상(文喜相) 대통령비서실장은 “이번 일은 (북한이 한때 대회 불참의 이유로 들었던 보수단체의) 인공기 소각 때와는 다르지 않느냐”고 말했고, 통일부의 한 당국자는 “북측은 남한이 ‘대통령 비판’도 자유롭게 할 수 있는 다원화된 사회라는 것을 이해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럼에도 정부는 북한을 자극하는 유사한 시위가 재발하지 않을까 내심 우려하고 있다. 문 비서실장이 일부 보수단체가 반(反)북한 시위를 벌인 데 대해 “대다수 국민은 꼭 그 장소에서 그래야 했는지, 부적절한 행동이었다고 생각할 것”이라고 말한 것도 이 때문이다.

청와대는 또 남북간, 남남간 갈등이 서로 충돌하는 양상이 지속되면 대북정책을 펴나가는 데 상당한 장애가 생길 것을 우려하고 있다.

국가안전보장회의(NSC)의 한 관계자는 “이미 8·15 행사가 보수-진보의 양 진영으로 나뉘어 열렸을 때에 내부적으론 남남갈등이 심각한 수준이어서 앞으로 남북문제를 풀어가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됐다”며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이 직접 양 진영에다 국익을 위해 자제해 달라는 입장을 표명하는 문제에 대해 검토하기도 했다”고 전했다.

청와대는 그동안 대북포용정책의 기조를 유지하면서도 국민적 합의에 바탕한 투명한 대북정책 추진을 천명해 왔다.

그러나 북한을 어떻게 대할 것인지에 관한 국론이 현재처럼 분열된 상황에선 좀처럼 대북정책의 합의점을 찾아내기가 쉽지 않기 때문에 결국 정부가 취할 수 있는 운신의 폭은 좁아질 것이라는 것이 정부의 고민이다.

김정훈기자 jnghn@donga.com

김승련기자 srkim@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