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盧 대통령, 경축사대로 하려면

  • 입력 2003년 8월 15일 18시 2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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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대통령은 8·15 경축사에서 많은 얘기를 했다. 소득 2만달러 시대로 가야한다고 역설했고 자주국방과 한미동맹은 상호 모순이 아닌 보완관계에 있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북핵 문제의 평화적 해결과 국민통합의 중요성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우리는 대통령의 이 같은 국정목표에 크게 반대하지 않는다.

문제는 실천이다. 실천에는 두 가지가 전제되어야 한다. 하나는 돈을 포함한 빈틈없는 이행 계획이고, 다른 하나는 대통령의 리더십이다. 전자에 대해서는 굳이 얘기하지 않겠다. 올해 성장률이 2∼3%대에 그칠 것이라고 하는데 이런 성장률로 소득 2만달러와 자주국방의 시대를 열 수 있을 것인지, 한미동맹관계에 손상은 없을 것인지, 누구보다도 대통령이 고민하리라고 믿기 때문이다. 그러나 후자에 대해서는 솔직히 걱정이 앞선다.

국가의 목표를 세우고 이를 달성하려면 대통령이 그 내용과 방법에 대해 국민적 합의를 이끌어낼 수 있어야 한다. 지역간 계층간 세대간 갈등을 해소하고 이익집단간의 이해관계를 조정할 수 있는 통합의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어야 한다는 얘기다.

유감스럽게도 노 대통령이 지난 6개월 동안 그런 리더십을 보여줬다고 보기는 어렵다. ‘코드’와 ‘내 편, 네 편’이란 말이 시대의 유행어가 됐다는 것이 이를 입증한다. 반목하고 분열하는 사회에선 어떠한 원대한 국정목표도 이룰 수 없다. 국민이 하나가 되지 못하고 국정 방향에 대해서도 확신을 갖지 못한다면 누군들 대통령을 믿고 열과 성을 다해 도와줄 수 있겠는가.

노 대통령은 인식을 바꾸고 마음을 열어야 한다. 한 나라의 대통령에게 어떻게 내 편인 국민이 있고, 네 편인 국민이 있을 수 있겠는가. 노 대통령은 6개월 전 취임사에서도 “개혁은 성장의 동력이고 통합은 도약의 디딤돌”이라고 했다. 맞는 말이다. 통합 없인 도약도 없다. 노 대통령이 경축사대로 하려면 통합의 리더십을 먼저 보여줘야 한다. 중요한 것은 말이 아니라 실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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