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 정체성 논란 멱살잡이…당무회의 주류-비주류 충돌

  • 입력 2003년 8월 14일 18시 5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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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안 조용하던 민주당이 다시 시끄러워지는 양상이다.

14일 신당 논의를 위해 열린 당무회의에서는 민주당의 정체성을 부인하는 듯한 이종걸(李鍾杰) 의원의 발언을 둘러싸고 주류-비주류간에 멱살잡이까지 벌어지는 소동을 빚었다.

이 의원은 이날 “당의 정신과 정체성이 계승되면 당이 이어지는 것”이라고 전제한 뒤 “김대중(金大中) 전 대통령이 ‘통합 민주당’에서 (새정치국민회의를 창당하며) 분리할 때 법적인 정통성은 당시 이기택(李基澤) 대표의 민주당이 계승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그 시절 민주당에 입당한 분들은 당적 증명을 떼려면 나중에 ‘꼬마 민주당’ 일부와 합당한 지금의 한나라당에서 떼야 한다”고 말했다.

이 발언 직후 비주류측의 이윤수(李允洙) 의원 등은 “그렇다면 민주화의 정통성이 한나라당에 있다는 것이냐”며 목소리를 높였다. 특히 이종걸 의원의 발언이 당무회의장 밖에 있던 비주류 계열의 당료 30여명에게 알려지면서 양측의 충돌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문팔괘(文八卦) 전 여성위원장 등은 “이종걸이 어떻게 생겨먹은 ×이여” “니들이 민주화를 알아”라며 회의장 진입을 시도했고 밖을 지키고 있던 주류측 보좌진과 몸싸움을 벌였다. 이 틈에 회의장에 들어간 한 당료는 “김대중 정부에서 온갖 수혜를 누린 사람이 어떻게 이제 와서 민주당 해체를 주장할 수 있느냐”며 이해찬(李海瓚) 의원의 멱살을 잡아 한때 소란이 일기도 했다.

이후 이종걸 의원은 보좌진의 경호를 받으며 회의장을 빠져나와 당사 밖으로 몸을 피했으나, 비주류측 당료들의 해명 요구를 받고 당사로 돌아가 이들과 30여분간 면담을 가졌다. 이 과정에서 물리적 충돌은 없었다.

이종걸 의원은 “내 발언은 당의 법률적 동일성보다 당의 역사와 철학을 계승하는 게 법통을 진정으로 이어가는 것이라는 점을 강조하려는 뜻에서 나온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에 당료들은 “당신이 초등학교 다니기 전부터 우리는 삭풍이 몰아치던 시절에 민주화를 위해 노력했다”며 “신당파가 개혁의 선봉을 자임하는데 우리가 개혁의 주체이고 당신들은 이에 편승해 왔다. 앞으로 언사에 각별히 신경을 써라”고 ‘경고’했다.

한편 주류측은 이날 저녁 서울 여의도 한 호텔에서 신당추진모임 전체회의를 갖고 18일부터 ‘통합신당’ 의결을 위한 독자적인 전당대회 소집요구안의 서명 작업에 돌입키로 했다.

이에 앞서 이날 당무회의에서는 전당대회 개최 시기와 안건 등을 놓고 주류와 비주류 양측이 지루한 공방만 벌이다 아무런 결론도 내지 못한 채 산회했다.

이에 따라 당내에서는 “합의에 의한 전당대회 개최가 사실상 무산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빠르게 확산되면서 일부 주류측 의원들의 선도 탈당 가능성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이승헌기자 dd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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