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다 막으려고 돌아가셨다’의 진실은

  • 입력 2003년 8월 5일 18시 4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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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경협 사업에 열정을 보였던 정몽헌 현대아산이사회 회장의 죽음은 안타까운 일이다. 그러나 그의 죽음으로 대북비밀송금 의혹사건 수사가 위축되거나 영향을 받는 일이 생겨서는 결코 안 된다.

김윤규 현대아산 사장이 문상 온 임동원 전 국가정보원장에게 “회장님이 다 막으려고 돌아가셨다”고 한 말에는 의혹의 핵심이 담겨 있는 것 같다. 김 사장 말대로 정 회장의 죽음으로 ‘150억원+α’라는 초대형 의혹이 묻혀버린다면 비밀송금 과정에서 비리를 저지른 사람들만 좋아할 일이다. 대북거래의 투명성 확보도 기대할 수 없다.

중요 피의자의 죽음으로 검찰 수사가 뜻하지 않은 난관에 봉착한 것이 사실이지만 수사가 불가능한 상태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뇌물이나 비자금 수사는 피의자의 진술보다는 회계장부와 계좌 추적에 의존하기 때문에 검찰의 수사의지만 확고하다면 진상 규명 및 공소유지에 큰 어려움은 없을 것이다.

150억원에 대해서는 정몽헌 회장과 이익치 현대증권 전 회장이 특검에서 이미 진술했고 계좌추적도 상당 부분 진척됐다. 검찰이 현대 비자금의 정치권 유입 단서를 포착한 것이 사실이라면 ‘+α’의 소득도 기대해볼 수 있다. 그러나 ‘다 막으려고 돌아가셨다’의 진실을 밝히기 위해서는 돈세탁을 맡았던 김영완씨를 귀국시키는 일이 시급하다.

정치권은 정 회장의 죽음을 놓고 아전인수식 정치 공방을 벌이거나 수사에 영향을 미치려 해서는 안 된다. ‘정 회장의 희생과 노력을 사법적 잣대로 단죄하려 한 게 이런 결과를 초래했다’는 민주당 일부 의원의 성명서도 특검과 검찰의 수사 목적을 일방적으로 재단한 게 아닌가. 특검이나 검찰이 민족의 화해협력을 추진하는 남북경협이나 정상회담 자체를 수사하려는 것이 아니다. 대북송금 과정에서 일어난 비리에 관한 수사일 뿐이다.

‘150억원+α’는 어떤 어려움이 있더라도 밝혀내야 할 국민적 의혹이다. 검찰 수사가 흔들림 없이 나아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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