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86음모론 소용돌이]세대 갈등인가 권력 싸움인가

  • 입력 2003년 7월 27일 18시 4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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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모닝시티 분양비리 사건 수사를 계기로 여권내 386 핵심 참모들의 ‘정치권 물갈이 음모설’이 불거지면서 이들 여권 내 386그룹의 정치적 실체와 의도에 대한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특히 이들 386그룹을 축으로 한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의 핵심 측근 그룹의 파워와 거취는 향후 신당 추진 방향은 물론 내년 총선을 고비로 한 정치권 물갈이와 세대교체의 향배와도 맞물려 있어 정치권 안팎에서는 이들의 움직임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의 청와대 ‘386참모’들이 민주당 정대철(鄭大哲) 대표를 비롯한 당 중진들의 공격과 견제의 대상이 된 것은 무엇보다 이들이 노무현 정부 내에서 무시할 수 없는 권력의 한 축(軸)을 형성하고 있기 때문이다.

청와대의 공식라인은 물론 수석비서관과 보좌관들에 의해 움직이고 있지만, 청와대를 실제로 움직이는 동력은 비서관급 이하에 포진해있는 이들 ‘386참모’에 의해 나오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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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초 대통령비서실 개편작업이나, 6월 이후 ‘경제살리기’에 전념한다는 노 대통령의 국정운영 기조도 386참모들이 주도적으로 기획, 추진한 결과라는 게 청와대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이들은 또 노 대통령과 오랫동안 호흡해와 ‘노심(盧心)’을 정확하게 꿰뚫고 있다는 점과 성장배경이 비슷해 무형의 횡적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있다. 따라서 정보력이나 하부 조직 장악력에 있어서는 오히려 정치권 출신의 청와대 내 시니어 그룹을 능가한다는 평을 받고 있다.

민주당의 한 핵심관계자는 “조각시 경제각료는 안정기조로, 안보팀 컬러는 자주외교로 방향을 설정했던 것도 이들 386참모의 조언 때문이었다”며 “이들은 특히 노 대통령의 ‘눈’과 ‘귀’를 잡고 있다는 점에서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여기에다 각 부처의 장관 보좌관으로 일부 386참모들이 파견되면서 이들의 국정운영에 대한 영향력이 더욱 커졌다는 얘기도 나온다.

실제 일부 공기업 인사 과정에서도 청와대 내의 시니어 그룹이 ‘정치인 배려’를 주장했으나 386참모들의 반대에 부닥쳤고 노 대통령은 386의 손을 들어줬다는 소문도 파다하다.

386참모들은 또 내년 총선과 관련해서도 세대교체의 분위기를 조성해야만 승리가 가능하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따라서 최대한 많은 386참모들이 직접 선거에 나가 세대교체론을 역설하고, 원내에 진출해야만 노 대통령 집권 후반기의 개혁드라이브를 뒷받침할 수 있다는 판단을 하고 있다.

이들 386참모그룹과 청와대의 시니어 그룹은 서로의 필요에 의한 ‘공존공생 관계’로 지적된다.

문희상(文喜相) 비서실장이나 유인태(柳寅泰) 정무수석비서관의 입장에서는 노 대통령의 뜻을 정확하게 읽고 있는 이광재(李光宰) 국정상황실장을 비롯한 386참모들의 협조를 얻지 않고서는 제대로 힘을 발휘할 수 없다는 것. 반대로 386참모들 역시 문 실장 등 시니어 그룹의 보호가 없으면 야당이나 언론의 공격에 노출될 수밖에 없어 이른바 ‘버퍼 존(완충지대)’으로서 시니어 그룹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민주당 내에서 386그룹을 축출하려는 움직임이 노골화되고 있는 것과 달리 김원기(金元基) 고문이나 문 실장 등 당정의 중진들이 386과의 확전을 자제해야 한다는 주장을 펴고 있는 것도 이런 맥락이다.

386그룹과 전면전을 벌일 경우 자칫 70년대 중후반 학생운동 출신 그룹까지 그들과 한 편이 돼 세대교체론이 전면에 부상할지 모른다는 계산도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민주당 이상수(李相洙) 사무총장이 25일 “자칫하면 나 같은 50대조차 떼밀려 가는 느낌이다”고 토로한 것도 이 같은 위기의식의 발로인 셈이다.

그래서 민주당 중진들 사이에서는 부분적으로 386참모들의 실제 역할과 지위를 그대로 인정하자는 ‘타협론’도 만만치 않은 실정이다.

김정훈기자 jnghn@donga.com

박성원기자 swpark@donga.com

▼386음모론 관련 여권인사 발언▼

△안희정 민주당 국가전략연구소 부소장(20일, 월간중앙 8월호 인터뷰)

“배지를 달든 안 달든 집권당 사무총장이 될 것이다. 21세기 신주류의 형성이 내가 생각하는 진로다”

△중도파의 한 초선 의원(21일, 기자들과 만나)

“안 부소장이 총장이면 나는 고문하면 되겠다”

△정대철 대표의 한 측근(21일, 기자들과 만나)

“정 대표가 안 부소장의 사무총장론을 듣고 거의 졸도하는 줄 알았다고 하더라”

△이상수 사무총장(25일, 기자간담회)

“386 후배들이 신당의 간판으로 나선다고 해서 누가 ‘너는 안돼’라고 하겠느냐. 가령 신당 대표나 지구당위원장 경선에 그들이 나와 붙어보겠다고 하면 같이 경쟁하며 이기는 사람이 주역을 할 수 밖에 없다”

△안희정 부소장(27일, ‘386 음모론’과 관련해 낸 보도자료)

“정치를 하면서 늘 심부름을 한다는 자세로 임하고 있다. 대립과 갈등 음모라는 낡은 정치를 청산하고 국민참여 정치의 실현을 위해 국민과 선배 동료 정치인들의 손발이 되고자 노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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