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당 워크숍 앞두고 한화갑-정동영 광주서 대리전

  • 입력 2003년 5월 16일 01시 2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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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친노(親盧) 신당 추진파가 개최하는 16일 워크숍을 앞두고 신당파와 민주당 사수파간에 일촉즉발의 긴장감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양 진영의 대표주자격인 한화갑(韓和甲) 전 대표와 정동영(鄭東泳) 상임고문이 15일 광주에서 각각 강연을 갖고 대리전을 벌였다.

민주당 사수의사를 밝혀온 한 전 대표는 이날 광주 전남대에서 열린 행정대학원 최고경영자 과정 초청 특강에서 “(신당 추진파가) 16일 연찬회를 한다는데 무슨 한국판 문화혁명을 하겠다는 것이냐. 순리대로 당 내에서 합의점을 찾아야한다”며 “정치가 이렇게까지 저속화되는 현실을 개탄하지 않을 수 없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그는 이어 “신당파들은 신당의 깃발을 들면서 당권 경쟁을 벌이고 있다는 점을 만천하에 드러냈다”며 “노무현(盧武鉉) 대통령 주변에 있는 사람들은 너무 초조한 탓에 6개월 내에 (모든 것을) 해치워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 때문에 어느 한 구석도 조용한 데가 없다”고 비판했다.

한 전 대표는 또 “여당이 신당 논의를 하느라 물류대란이 일어나도 회의 한번 못하고 있다”며 “(신당 하려면) 세상 시끄럽게 하지 말고 조용히 자기들끼리 하라”고 꼬집었다.

그는 “광주 민주화운동은 통일하고 지역감정 없애고 국민화합하자는 운동인데 분당(分黨)하겠다는 사람들이 (망월동 묘역에서) 신당 선언을 하겠다는 것은 5·18 정신에 맞지 않는다”고 거듭 지적했다.

한편 정동영 고문은 이날 광주 조선대 경영대학원에서 열린 특강에서 “개혁 신당을 통해 5·18 광주 민주화운동의 개혁 정신을 완벽하게 계승하는 새 정치 질서를 실현하겠다”며 “신당은 대선에서 확인된 정치개혁이라는 국민적 요구에 대한 약속”이라고 주장했다.

정 고문은 이어 “신당은 민주당의 희생 위에서 탄생하지만 5·18 정신을 더욱 빛낼 것”이라며 “지역 구도와 낡은 정치의 틀을 깨는 데 민주당이 앞장서 부서질 때 새 정치 질서가 만들어질 것”이라고 신당 추진의 당위성을 강조했다.

이에 앞서 광주·전남 지역 개혁적 지식인 121명은 14일 “여야 정치인은 지역감정의 피해자인 호남인에게 더 이상 지역주의의 굴레를 씌우지 말라”며 “망국적 지역주의를 부추기는 정치인에 대해선 국민의 이름으로 심판하겠다”고 구주류를 비판하는 내용의 선언문을 발표했다. 이 선언문에는 송기숙 전남대 명예교수, 배종열 전 전국농민회총연맹회장을 비롯해 종교계 학계 여성계 등 각계인사가 서명했다.

광주=이승헌기자 dd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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