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특검법 재협상, 본질 잊지 말아야

  • 입력 2003년 4월 13일 18시 5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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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야의 대북송금 특별검사법 재개정 협상이 겉돌고 있다. 특검 개시일(17일)이 눈앞에 다가왔지만 정치권은 수사범위 등 쟁점 현안에 대해 이견을 좁히지 못한 채 입씨름만 계속하고 있다. 유감스럽게도 두 당 모두 이번 특검의 정치적 역사적 의미를 깨닫지 못하고 당리당략에만 매달려 있는 모습이다.

특검법은 수사영역 기간 기밀유지 강화 등에 대해 재협상을 하기로 한 여야의 ‘신사협정’을 믿고 노무현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았기 때문에 지난달 발효될 수 있었다. 노 대통령이 이 법을 공포했을 때 국민은 청와대와 정치권이 모처럼 상호신뢰에 바탕을 둔 성숙한 정치를 할 것으로 기대하며 환영했다. 그런데도 여야가 재개정 협상에 적극적인 자세를 보이지 않는 것은 정치권에 대한 신뢰를 다시 생각하게 하는 일이다.

기본적으로는 민주당이 잘못이다. 특검을 반대해온 일부 여론을 의식해 시간을 끌 데까지 끌어보자는 것이라면 그것은 집권당의 올바른 자세가 아니며 대통령의 국정 수행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는 행동이다. 개정돼도 좋고 안돼도 손해 볼 것 없다는 식의 한나라당 모습도 원내 다수당의 책임 있는 자세라고 할 수 없다.

대북 송금사건과 관련해 국민이 궁금해하는 것은 누가, 왜, 어떻게, 얼마만큼의 비밀자금을 누구에게 보냈는지다. 북한에 돈을 보내기로 한 결정이 어떤 절차를 거쳤고, 자금은 어떻게 조성됐는지 파악하는 일도 중요하다. 다만 조사 때문에 남북관계가 악화되는 일은 없어야 한다는 게 정부의 주문이다. 그러자면 특검의 수사범위와 기간에 지나친 제약이 있어선 안 되고, 또 알려지는 것이 국익에 손해되는 사안이라면 비공개할 수 있도록 안전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여야는 이 같은 특검 수사의 본질을 잊지 말고 서둘러 협상의 결론을 내야 한다. 16일까지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지 못해 특검팀이 제대로 작동할 수 없다면 정치권은 국민에게 거센 비판을 받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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