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송금 특검법 공포]여야 협상 전망과 쟁점

  • 입력 2003년 3월 15일 01시 2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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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은 14일 대북 송금 특검 법안을 원안대로 공포하면서 “여야 지도부가 ‘특검을 하되 제한적으로 하자’는 데에는 (의견이) 일치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한나라당과 민주당은 이 ‘제한적’이란 단어의 대상과 범위를 다르게 해석하고 있어 이 대목부터가 재협상의 논란거리가 될 것으로 보인다.

▽‘제한적 특검 합의’ 논란=한나라당은 “법안을 공포하면 성실하게 재협상에 임하겠다는 원칙만 밝혔지, ‘제한적 특검’의 내용에 대해 구두나 문서로 합의한 적이 없다”는 입장이다. 박희태(朴熺太) 대표권한대행이 이날 오후 “법안 공포 전에 단 몇 가지만이라도 약속해달라”는 민주당 정대철(鄭大哲) 대표의 전화를 받고 “공당 대표의 (성실 재협상) 약속을 못 믿느냐”고 대답했을 뿐이라는 것. 박종희(朴鍾熙) 대변인은 “이 전화 통화 내용이 청와대에 전달되면서 노 대통령이 ‘합의했다’고 발표하게 된 것 같다”고 풀이했다.

민주당도 의아해하기는 마찬가지였다. 문석호(文錫鎬) 대변인은 노 대통령 발표 직후 “우리 당이 9일과 14일 두 번씩이나 ‘조건부 거부권 행사’를 청와대에 공식 건의한 것은 ‘제한적 특검’에 대한 합의가 이뤄지지 못했기 때문인데…”라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정균환(鄭均桓) 원내총무도 문 대변인에게 전화를 걸어 비슷한 내용으로 유감의 뜻을 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청와대에 거부권 행사를 건의하러 갔던 정 대표는 저녁 7시30분경 문 대변인을 통해 “양당이 현 특검 법안을 완화하자는 데 인식을 같이 했다. 다만 세부적인 부분에 대해선 최종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재협상의 열쇠 쥔 한나라당=노 대통령이 ‘법안 공포 후 재협상’을 결정함으로써 재협상의 주도권을 한나라당이 갖게 됐다. 한나라당으로서는 재협상을 하지 않더라도 특검이 진행되는 만큼 급할 것이 없는 입장이기 때문이다.

반면 민주당은 한나라당에 ‘재협상’을 사정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내부적으로는 구주류와 소장파, 호남지역 의원들을 중심으로 노 대통령의 결정에 반발하는 기류가 만만치 않아 ‘적전분열(敵前分裂)’ 현상이 나타날 가능성도 있다. 민주당으로선 내부 협의를 통해 실현 가능한 단일 협상안을 이끌어내는 것이 급선무이다.

여야간 재협상의 핵심은 특검 수사 대상과 범위를 어느 수준까지 축소할 수 있느냐 하는 것이다. 민주당은 특검법에 명기한 3대 대북 비밀 송금 사건 모두에 대해 그 송금 절차와 북한측 관계자 부분을 수사 대상에서 제외하는 것을 명문화하고, 송금 사건과 관련된 청와대 국가정보원 금융감독원 등의 비리의혹 사건은 특검 대상에서 아예 빼자는 입장이다.

자칫 김대중(金大中) 정부의 권력형 비리 수사로 확산될 수 있기 때문이다. 민주당은 또 중간 수사 발표 조항도 삭제하자고 요구하고 있다.

이에 대해 한나라당은 “민주당의 요구는 특검을 하지 말자는 것과 같다”며 절대 양보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이규택(李揆澤) 원내총무는 “대북 송금 절차 수사나 중간수사 발표는 국민의 알 권리 및 특검 수사의 본질과 직결되는 사안이다. 수정할 수 없다”고 못 박았다.

그러나 여야 및 청와대간에 이미 의견 조율이 이뤄진 부분, 즉 북측 관련자의 실명 및 북측 금융계좌를 비공개하며 피의사실 공표에 대한 처벌 조항을 명문화하는 것 등은 쉽게 합의될 것으로 보인다.

특검 수사 기간과 관련해 현재의 특검법은 최장 120일로 돼 있고, 민주당 수정안은 최장 60일로 엇갈리지만 타협이 가능할 전망이다.부형권기자 bookum90@donga.com

김승련기자 sr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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