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봉흠 예산처장관, 대통령 '그림자 수행'

  • 입력 2003년 3월 11일 19시 1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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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봉흠(朴奉欽·사진) 장관은 부처 업무보고에 무조건 참석하시오.”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은 10일부터 시작된 부처별 업무보고 및 토론회에 박봉흠 기획예산처 장관을 반드시 배석하도록 지시했다.

이 같은 이례적인 지시는 부처별로 예산 경쟁이 치열한 만큼 나라 살림 전체를 고민해야 하는 주무 장관으로서 보고 현장에 있어야 부처간 예산 조율이 수월할 것이라는 노 대통령의 판단에 따른 것.

박 장관은 각 부처의 업무 보고 때 단순히 ‘참관자’로 머물러 있지 않고 예산을 놓고 각 부처 장관을 비롯한 고급 간부들과 직접 토론도 벌일 생각이다. 부처에서 예산을 터무니없이 부풀려 올리거나 시급하지 않은 사업을 밀어붙일 경우 현장에서 제동을 건다는 입장이다.

대통령의 이런 주문은 또 자신의 대선 공약이 예산을 감안하지 않은 ‘장밋빛’ 일색이라는 여론의 비판을 의식한 측면도 적지 않다는 풀이다.

실제 노 대통령이 당선자시절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서 “예산 타령, 법 타령, 정치 타령 하지 말고 적극적인 자세로 대선 공약을 정책으로 구체화시켜야 한다”고 질타하자 각 부처는 예산은 제쳐두고 대선 공약을 베낀 듯한 정책을 양산한다는 지적을 받았다.

노 대통령은 2000년 해양수산부 장관 재임 시절 당시 기획예산처 예산실장이었던 박 장관을 해양부 차관으로 발탁하려고 했으나 성사되지 않았다. 노 대통령은 최근 열린 신임 장관과 대통령수석비서관 워크숍에서 “당시 해양부 예산을 더 따내기 위해 박 실장에게 저녁에 술을 사주기도 했다”며 그에 대한 신뢰감을 보이기도 했다.

한편 청와대는 부처별 업무보고 때 인수위에서 새 정부 정책 방향을 만든 인수위원과 일부 자문위원들도 배석시켜 함께 토론을 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10일 재정경제부 업무보고 때는 인수위 경제1분과 위원이었던 이동걸 금융연구원 연구위원과 시사평론가 정태인씨, 같은 분과 자문위원이었던 임원혁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 등 3명이 토론에 참여했다. 이들은 새 정부에서 아무런 직책을 맡고 있지 않다. 노 대통령은 이들을 소개하며 “앞으로도 경제정책 자문을 계속해 달라는 뜻으로 함께 했다”고 말했다.

최영해기자 yhchoi6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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