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무더기 남북회담' 核 주의제 돼야

  • 입력 2003년 1월 19일 18시 1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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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한간의 접촉만 기준으로 한다면 현재 남북관계는 최상인 것처럼 보인다. 이번 주에 장관급회담, 적십자 실무접촉, 경의선 및 동해선 연결을 위한 실무협의회가 일제히 열려 남북대표들이 협상테이블에 마주 앉는다. 3가지 회담이 동시에 열리는 것은 남북회담 역사상 처음이다. 남북 민간공동행사추진본부 준비위원회까지 나서 21일부터 올해 공동행사를 논의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않다는 데 문제가 있다. 남북관계는 북한이 조성한 핵위기로 인해 최악의 상황이다. 미국 등 한반도 주변 강대국이 모두 뛰어들고 최악의 경우 핵문제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 회부될 가능성도 있다. 이런 긴박한 상황에서 남북 대표가 여기저기에서 만나 악수하는 모습을 어떻게 보아야 할지 어지러울 지경이다.

정부의 생각은 일단 북한과 마주 앉아 “핵개발은 절대로 용인할 수 없다”는 입장을 명확하게 전달하고 북한의 변화를 촉구하는 것이라고 한다. 그렇게 되기를 바라지만 현실은 그렇게 만만치 않다.

북한은 회담을 앞두고 각종 매체를 동원해 남북대화를 핵문제 해결의 장(場)이 아니라 ‘민족공조’를 다지는 무대로 활용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북한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 관계자는 “핵문제는 우리(북한)가 미국과 풀어야지 남측 사람들이 풀 수는 없다”며 남북 접촉에서 핵을 배제하겠다는 북한의 의도를 내비치기도 했다.

이 시점의 남북대화가 흔쾌하지는 않지만 이왕 대화에 나섰으니 정부는 신중하게 행동하기를 바란다. 회담의 모양새나 사소한 합의에 연연할 것이 아니라 최대 현안인 핵문제 해결을 위해 모든 회담을 최대한 활용해야 할 것이다. 북한의 ‘민족공조 전략’에 휘둘려 핵위기에도 불구하고 남북관계는 아무런 영향을 받지 않을 것이라는 잘못된 신호를 보내서는 안 된다. 핵문제 해결을 위해 “주도적 역할을 하겠다”는 정부의 다짐을 국민이 믿을 수 있도록 처신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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