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대화가 전쟁보다 낫다" 온건론 우세

  • 입력 2003년 1월 15일 19시 1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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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이 14일 북한에 대한 ‘조건부 지원’을 시사한 것은 강온 양론으로 나누어졌던 미국의 대응방식이 현실에 입각한 온건론 쪽으로 가닥이 잡혔음을 의미한다.

한국에 이어 중국을 방문 중인 제임스 켈리 국무부 동아태 담당차관보가 15일 “대화 외에는 다른 방법이 없다”고 발언한 것도 주목할 만한 일이다.

특히 부시 대통령이 ‘과감한 접근(bold approach)’을 다시 거론한 것은 북한과의 ‘협상’의 가능성까지도 내비친 것이어서 북핵 해법에 새로운 전기가 마련될 것으로도 보인다.

북한은 최근 국제원자력기구(IAEA) 감시요원 추방과 핵확산금지조약(NPT) 탈퇴 선언 카드를 연이어 꺼내들면서 긴장을 고조시켰으나, 다른 한편으로는 한성렬(韓成烈) 유엔 대표부 차석대사와 빌 리처드슨 뉴멕시코주 주지사와의 회동을 통해 “대화를 하고 싶다”는 뜻을 피력했다. 미국은 이 같은 북한의 상반된 메시지 가운데 대화가 북한의 본심이라고 판단한 듯하다. 코피 아난 유엔 사무총장이 14일 “북한과 미국으로부터 좋은 조짐을 감지하고 있다”며 조심스레 낙관론을 편 것도 대화를 모색하는 양국의 기류를 염두에 둔 것으로 관측된다.

또 LA 타임스는 이날 사설에서 부시 행정부에 대화를 촉구하고, 뉴욕 타임스의 칼럼니스트 니콜러스 크리스토프는 “협상을 통해 북한을 개혁과 개방으로 유도하는 것이 전쟁보다 낫다”고 지적하는 등 미 언론도 북-미 대화에 지지를 보내는 흐름도 나타나고 있다. 미국이 제네바합의를 대체할 보다 엄격한 내용의 새로운 다자간 ‘협정(arrangement)’을 추진한다는 입장을 표명한 것도 이와 관련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공은 다시 북한으로 넘어갔다. 북한은 10일 NPT 탈퇴를 선언한 뒤에는 별다른 움직임 없이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의 움직임을 숨죽여 지켜보고 있다. 북한 나름의 계산법을 통해 후속대응 방안을 저울질하고 있는 것.

다만 북한도 제네바합의 체제가 바뀌어야 한다는 현실은 어느 정도 깨닫고 있기 때문에 표면적으로는 미국을 비난하면서도 새로운 체제에 대비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특히 지난해 10월 북핵 문제가 발생한 순간부터 제네바합의가 무효화됐다는 게 북한의 입장이어서 ‘협상’의 자리만 마련된다면 북한도 새로운 협정 만들기에 응할 가능성이 높다는 게 정부 당국자들의 전망이다.

▼과감한 접근▼

부시 행정부가 북-미대화의 기본방향으로 설정했던 아이디어. 부시 대통령이 2001년 6월 6일 발표한 포괄적 대북접근 정책을 한 걸음 발전시킨 것이다. 핵, 미사일, 재래식무기, 북한의 인권문제 등 모든 분야의 협의를 통해 진전이 이뤄지면 미국은 경제적 지원을 포함한 포괄적인 관계개선을 하겠다는 구상이다. 그러나 지난해 10월 북한의 고농축 우라늄 핵개발계획이 드러난 뒤 미 정부관리들은 이 구상에 대한 언급을 자제해 왔다.

워싱턴=한기흥특파원 eligius@donga.com

김영식기자 spear@donga.com

◇대화 관련 미국과 북한의 입장변화

▼부시▼

“북한이 핵동결 합의를 준수하도록 하기 위해 유인을 제공하거나 협상하지 않을 것이다.” (12월 13일 애리 플라이셔 백악관 대변인)

“우리는 (대화)채널을 열어 놓고 있지만 북한이 행동을 바꾸지 않으면 북한을 도울 수 있는 어떤 일도 하지 않을 것이다” (12월 29일 콜린 파월 국무부장관)

“대화는 한가지 대안이지만 그러기 위해서는 북한이 먼저 자신의 의무를 준수해야 한다” (1월 6일 조지 W 부시 대통령)

“핵 문제가 해결되면 미국은 북한의 에너지 문제 해소방안을 모색할 수 있다.” (1월 13일 제임스 켈리 국무부 차관보)

“핵 개발을 포기하면 식량과 에너지 원조를 포함하는 과감한 조치의 재개를 검토해보겠다.” (1월 14일 부시 대통령)

▼김정일▼

“핵시설 재동결 문제는 전적으로 미국 태도에 달려 있다.” (2002년 12월 17일 평양방송)

“이제 남은 것은 조-미(북-미) 교전관계 뿐이다. 군사적 제재란 곧 우리에 대한 침략이며 전쟁이다.” (12월 8일 노동신문)

“미국은 핵동결 해제를 시비하기 전에 불가침 조약 체결 제안에 하루 빨리 응해야 한다.” (12월 21일 노동신문)

“미국이 적대시 압살정책을 그만둔다면 핵무기를 만들지 않겠다는 것을 조-미 사이에 별도의 검증을 통해 증명해 보일 수 있다.” (1월 10일 정부 성명)

“미국이 북한에 대한 정책을 바꾼다면 핵확산금지조약(NPT) 탈퇴 결정 번복을 고려해 볼 수 있다.” (1월 13일 박의춘 러시아 주재 북한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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