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변호사 법무장관에 중용?

  • 입력 2003년 1월 14일 02시 2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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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盧武鉉) 대통령당선자가 13일 ‘평생 지기’인 부산의 문재인(文在寅·50·사법시험 22회) 변호사를 불렀다. 두 사람은 서울 시내의 한 음식점에서 3시간이 넘게 격의없는 대화를 나눴다. 대선 과정에서의 무용담에서부터 ‘노무현 대통령’을 탄생시킨 부산의 요즘 분위기에 이르기까지 진솔한 얘기가 오갔다고 한다.

문 변호사는 노 당선자가 80년대 중반 인권변호사로 활동하기 시작했을 때 만났다. 나이는 노 당선자보다 7세 어리지만, 노 당선자는 ‘가장 친한 친구’로 문 변호사를 꼽을 정도로 20여년동안 허물없이 속내를 터놓고 지내는 사이다.

노 당선자측 내부에서는 문 변호사가 새 정부에서 중용될 것이라는 데에 이견이 없다. 구체적으로 대통령 민정수석, 노사정(勞使政)위원장, 법무장관 같은 요직이 거론되고 있다.

문 변호사는 노 당선자를 만난 뒤 기자와의 전화통화에서 “자리 얘기는 없었다. 그러나 정치적이지 않은 일이면서, 개혁을 위해 내가 필요하다면 궂은 일이라도 돕겠다는 뜻을 전했다”고 말했다.

그는 “민정수석 자리는 정치적인 자리이고, 노사정위원장은 (노동전문변호사 출신인) 내가 맡으면 사(使)측에서 노조 대표라고 할 것이기 때문에 맞지 않다”고 부인했다. 다만 법무장관 자리에 대해선 “워낙 기존의 관행을 뛰어넘는 것이어서 혼란스럽다. 잘 모르겠다”고 여운을 남겼다. 노 당선자가 검찰 개혁에 강한 의지를 갖고 있는 점을 감안할 때 문 변호사를 파격적으로 법무장관으로 기용할 가능성은 충분히 있다.

최근 세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국무총리 인선 문제에 대한 얘기도 오갔다. 문 변호사는 “과거처럼 승용차 안에서 총리를 지명하는 일은 없었으면 좋겠다. 가급적 총리 인선을 빨리 해서 새 정부의 국정 운영방향에 대해 상의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건의했고, 노 당선자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고 한다.이날 만남에는 81년 ‘부림(釜林)사건’의 피의자로 노 당선자가 변호를 맡아 사회문제에 눈을 뜨기 시작한 실마리를 제공했던 부산대 총학생회장 출신인 이호철씨(46·여행사경영)도 동석했다.

최영해기자 yhchoi6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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