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북한, 굶주리는 주민부터 살려라

  • 입력 2003년 1월 9일 18시 25분


지금 북한 주민들은 그 어느 해보다 힘겨운 겨울을 보내고 있다. 핵 위기가 고조되면서 미국 일본 등 국제사회가 북한에 대한 인도적 식량지원을 대폭 삭감했기 때문이다. 북한 지도부가 벌이는 위험한 불장난에 애꿎은 주민들만 고생을 하고 있으니 이를 지켜볼 수밖에 없는 우리는 그저 안타까울 따름이다.

엊그제 유럽연합(EU)이 950만유로(약 115억원) 상당의 식량을 북한에 긴급 지원키로 했지만 이 정도로는 급한 불을 끄기에도 턱없이 모자란 실정이다. 7일 세계식량계획(WFP)은 “앞으로 3개월간 북한 내 가장 취약한 계층에 식량공급을 위해 8만t이 추가로 필요하지만 지금까지 확보된 식량은 올해 1·4분기 소요량의 3분의 1도 안되는 수준”이라고 밝혔다. 최근 유엔 사무총장이 인도적 지원의 필요 정도를 파악하기 위해 이례적으로 북한에 특사를 파견한 것도 식량 사정이 심상치 않음을 말해주는 예다.

설상가상으로 북한 당국의 비협조적 태도는 사태를 더 악화시키고 있다. 지원받은 식량이 제대로 배급되는지를 파악하기 위한 국제감시요원의 접근을 북한 당국이 방해하면서 식량 공여국들이 지원을 중단 또는 삭감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의 경우 최근 대북 식량지원을 계속하겠다고 밝혔으면서도 식량배급 감시체제의 미비 때문에 승인을 보류하고 있다고 한다. 식량지원을 받아 연명하는 입장인 북한이 국제사회가 요구하는 최소한의 분배 투명성조차 외면하는 것은 한 마디로 상식 밖이다.

북한 주민을 기아의 위협에서 구제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북한 지도부가 국제사회의 요구대로 핵을 포기하는 것밖에 없다. 최근 열린 한미일 대북정책조정감독그룹(TCOG) 회의에서 미국도 대화를 하겠다고 했으니 북한이 더 이상 고집을 부릴 명분도 없지 않은가. 북한 지도부가 핵을 갖고 계속 버틸 때 최대 피해자는 다름 아닌 북한 어린이와 노약자들이라는 사실을 잊지 말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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