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核 중재라니요?＂…정부 '중재'란 말 안쓰기로

“중재안(案)이라고요?”

한미일 대북정책조정감독그룹(TCOG) 회의에 참석 중인 한국대표단의 한 관계자는 6일(한국시간 7일) 기자들이 ‘북핵 중재안’에 관한 질문을 던지자 마치 이 말을 처음 듣기나 한 것처럼 손사래를 쳤다.

북한의 고농축 우라늄 핵개발 계획 폐기 조건으로 미국이 북한의 체제를 보장해주는 방식을 택하자는 우리 정부의 이른바 ‘중재안’은 그만큼 민감한 파장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무엇보다 ‘중재’라는 용어에서 풍기는 어감(語感) 때문이다. 북핵 문제 당사국인 우리가 마치 ‘제3자’처럼 비칠 수 있고, 한미 공동대응의 기조에서 한발 빼는 듯한 인상을 줄 수 있다는 것이다.

미국측도 비록 공식적인 자리는 아니지만 여러 경로를 통해 ‘중재’라는 단어에 부정적 반응을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핵위기는 북한의 ‘잘못’에서 비롯됐는데, 한국 정부가 ‘중재’라는 용어를 사용함으로써 미국도 뭔가 ‘잘못’을 한 것처럼 비친다는 불만표시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이 때문에 ‘중재’라는 단어는 일절 사용치 않기로 했다. 정부 관계자는 “북핵 위기는 우리가 중재할 문제가 아니라 긴밀한 한미공조를 통해 풀어나가야 할 공동 과제”라고 강조했다.

워싱턴=김영식기자

spea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