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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2년 12월 23일 18시 3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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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 대통령후보는 20일 정계은퇴 기자회견을 가진 뒤 자신을 도와주었던 사람들을 만나면서 ‘회자정리(會者定離)’를 하고 있다고 23일 측근들이 전했다.
이 후보는 당분간 휴식을 취한 뒤 사무실을 내고 사회활동에 전념할 것으로 보인다. 한 측근은 “주변에서 외국에 나가 휴식을 취하라는 건의도 했지만 국민을 두고 떠나는 것은 도리가 아니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며 “사람들을 만나고 사회적으로 도움이 될 수 있는 일을 하기 위해 사무실을 열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이 후보는 자신의 거취와 행보가 정치와 연관되는 것을 가장 염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무실을 개소하겠다고 공개적으로 밝히지 못하는 것도 이 때문이라고 측근들은 전했다.
이 후보는 23일 오전 한나라당사에서 열린 국회의원 지구당위원장 연석회의와 오찬, 중앙선거대책위원회 해단식에 인사차 참석할 예정이었으나 이를 돌연 취소했다. 그 대신 비서실장을 지낸 권철현(權哲賢) 의원에게 자신의 심경과 지지해준 데 대한 감사의 뜻을 담은 인사말을 전하도록 했다. 이 후보의 이 같은 태도는 자신의 행동이 ‘정치적’으로 해석되는 것을 막기 위한 의도로 풀이된다.
권 의원은 “고별기자회견과 당의 진로에 대한 당부까지 한 것으로 과거와는 일단락을 지어야 한다는 게 후보의 생각”이라며 “당이 새로운 길을 모색하는데 걸림돌이 되지 않을까 우려해 불참했다”고 설명했다.
이 후보는 권 의원이 전한 인사말에서 “못난 사람이 또다시 패장이 됐다. 당과 국민에게 큰 죄를 지었다”며 “망연자실해 있는 국민에게 겸허한 마음으로 다가가 희망을 주고 자기성찰과 혁신으로 사랑받는 한나라당을 만들어달라”고 당부했다.
이에 앞서 이 후보는 21일 저녁엔 후보시절의 보좌진을 서울 종로구 옥인동 자택으로 불러 식사를 했다. 22일 점심은 특보들과, 저녁은 비서실 관계자들과 함께 서울 시내 모처에서 식사를 했다. 이 자리에서 이 후보는 “고생만 시켰다. 미안하다”는 말을 되풀이해 분위기가 숙연해졌다고 참석자들은 전했다.
그의 자택엔 지난 주말부터 매일 100여명의 인사가 위로차 찾아들고 있고, 이 후보는 “고맙다”면서 여러 차례 눈시울을 붉힌 것으로 알려졌다.
박민혁기자 mhpar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