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정부 출범전 총리 지명, 청문회-각료추천 마쳐야

  • 입력 2002년 12월 22일 18시 50분


제16대 대통령이 선출된 20일 이후 노무현(盧武鉉) 대통령당선자가 대통령으로 취임하는 내년 2월 25일까지의 정권 인수기는 사실상 두 개의 권력이 존재하는 ‘이중권력’의 시기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통령당선자의 지위와 역할에 관한 규정은 ‘인수위 설치에 관한 대통령령’이 유일하다.

이 때문에 정권 인수과정에서 국정 표류 현상을 차단하기 위해 당선자의 권한과 지위를 법률로 명확하게 규정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새 정부 첫 국무총리 임명절차〓새 대통령 취임과 동시에 국무총리의 국회 임명동의와 총리의 제청에 의한 정부 각 부처 장관 임명 등 차기 정부 구성이 무리없이 이뤄져야 하지만, 대통령 취임 이전에 그런 절차를 보장하고 있는 법적 장치가 전무하다.

더욱이 2000년 6월 인사청문회법이 시행됨에 따라 국무총리의 경우 국회에서의 임명동의안 처리 전에 인사청문회를 마치기 위해서는 그 과정을 규정한 장치가 시급하다.

국무총리 인사청문회 기간 등을 고려할 때 최소한 새 정부 출범 1개월 전에는 국무총리 지명이 이뤄져야만 청문회 절차와 임명동의안을 새 정부 출범 이전에 끝낼 수 있다.

민주당 함승희(咸承熙) 의원은 “현재로서는 ‘공식적인 대통령’과 ‘실질적인 대통령’이 각각 존재하는 혼란을 현실적으로 피하기 어렵다”며 “새 정부의 총리는 당선자가 지명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새로운 법안을 만들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현재는 대통령당선자가 새 정부의 국무총리에 대한 임명동의안을 국회에 제출할 권한이 없기 때문에 인사청문회 기간을 감안할 때 퇴임을 앞둔 대통령이 새 정부의 총리 임명동의안을 대신 제출해야 하는 기이한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98년 2월 현정부가 출범할 당시 한나라당은 총리 임명동의안 처리를 거부했고, 이 때문에 총리로 지명됐던 김종필(金鍾泌) 자민련 총재는 ‘총리 서리’ 자격으로 국무위원을 제청해 새 정부가 구성되면서 위헌 시비까지 일었다.

▽정권 인수위의 권한〓정권교체가 실현됐던 98년 인수위의 경우 인수위의 권한이 명확하게 규정돼 있지 않아 정부의 경제실정이나 비리를 파헤치는 등 비리조사위원회 성격까지 띠었다. 이에 따라 당시 김대중 당선자는 “인수위는 인수만 하라”고 경고할 정도였다.

그 뿐만 아니라 공무원 중에는 인수위 파견 직원만 일하고 나머지 공무원들은 손을 놓는 부작용도 발생했다. 따라서 인수위가 정부 권한을 침해하거나 무력화하는 것을 막도록 권한을 명확히 규정해야 한다는 지적도 많다.

▽당선자와 인수위의 재정〓대통령당선자가 취임 전까지 정권 인수와 정부 구성에 들어가는 비용을 당선자 개인의 재정 능력에 의존할 경우에는 투명하지 못한 정치자금이 유입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따라서 정부가 당선자의 법적 지위와 권한을 명확히 하는 것과 동시에 취임 전까지 소요되는 비용도 보조해 주는 것이 필요하다.

미국의 경우 당선자 시절 재정적 어려움을 겪었던 존 F 케네디 대통령의 요구로 1963년 ‘대통령 인수인계법(Presidential Transition Act)’을 만들어 당선자에게는 취임 전까지 봉급을 지급하고 정부 구성비용으로 최대 350만달러까지 국가가 보조를 하고 있다.

▽정치권 움직임〓한나라당은 지난달 4일 대통령당선자에게 국무총리 등 국회 인사청문회 대상자에 대한 지명권을 부여하는 것을 골자로 한 ‘대통령당선자 지위에 관한 법’ 제정을 추진키로 하고 민주당에 공식 제의했으나, 국회 정치개혁 특위에서 논의를 하지 못하면서 흐지부지됐다.

그러나 정치권은 내년 1월 임시국회를 열어 이를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 또 한나라당과 민주당이 법안 제정에 반대하지 않고 있어 법안이 통과되면 노 당선자부터 이 법안이 적용될 가능성이 높다.

김정훈기자 jnghn@donga.com

부형권기자 bookum9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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