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盧-鄭 '공동정부운영' 문제점]鄭 '외교실권'땐 통치권 침해…

  • 입력 2002년 12월 12일 19시 05분


민주당 임채정 정책본부장과 통합21 전성철 정책위의장이 12일 오후 국회 귀빈식당에서 정책공조 합의문에 서명한 뒤 밝은 표정으로 악수를 나누고 있다. -안철민기자
민주당 임채정 정책본부장과 통합21 전성철 정책위의장이 12일 오후 국회 귀빈식당에서 정책공조 합의문에 서명한 뒤 밝은 표정으로 악수를 나누고 있다. -안철민기자
민주당 노무현(盧武鉉) 후보와 국민통합21 정몽준(鄭夢準) 대표가 12일 금명간 회동해 ‘공동정부’ 운영에 합의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짐에 따라 노 후보가 당선될 경우 새 정권의 국정운영은 ‘투톱체제’로 운영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그러나 공동정부가 현실화될 경우 DJP 공동정부 때처럼 구체적인 각료 배분 등을 둘러싼 갈등 및 대통령의 각료임명권과 관련한 위헌시비가 제기될 가능성이 적지 않다.

▽공동정부 운영 방식〓양당은 이날 공동정부를 통해 국정을 운영한다는 원칙에만 비공식 합의했을 뿐 구체적인 틀은 노-정 회동에서 정하기로 했다. 통합21의 한 고위 관계자는 “중요한 것은 노 후보의 ‘의지’이며 사전 실무협상이나 문서 교환 등은 없을 것이다”고 잘라 말했다.

양당 관계자들은 또 노-정 회동에서 ‘양당 동수의 각료추천권 행사’ 등을 명문화했던 97년 DJP 합의문과 같은 자리 배분에 대한 구체적 언급도 없을 것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양당 내부에서는 양당과 정부 고위 관계자들이 참여하는 ‘고위 국정협의회’를 통해 주요 정책을 협의한다는 원칙을 설정, 인사와 정책집행의 전 과정에 통합21의 실질적 파트너 역할 행사를 보장하는 방안이 거론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같은 실질적 파트너 역할이 현실적으로 각료추천권 행사를 통해 반영될 수밖에 없다는 점은 양측 관계자들도 부인하지 않고 있다. 민주당측도 과거 DJP 공조 때처럼 국무총리 자리를 배분하는 수준까지는 이르지 않더라도 내각에 통합21측 인사나 통합21측 추천인사가 부분적으로 참여하는 것은 불가피하다고 보고 있다.

이 때문에 통합21 내에서는 특히 외교통상부와 통일부 장관 등의 인선에 정 대표가 실질적인 영향력을 행사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보고 있다. 민주당도 노 후보가 유세과정에서 정 대표의 외교능력을 여러 차례 강조한 만큼 이 분야에 대한 조언을 수시로 받거나 특정 현안이 발생했을 때 전권을 위임하는 정도의 방안이 거론되고 있다.

관심의 초점인 국무총리직에 대해 정 대표는 관심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 대표는 오히려 외교부장관직에 관심이 있다는 관측도 없지 않으나 한 측근은 “정 대표는 어떤 정부직도 맡지 않을 것”이라고 부인했다.

▽법적 논란 가능성〓통일 외교 분야에 관한 정 대표의 실질권한 행사는 노 후보가 공약한 ‘책임총리제’나 양당이 2008년 발효를 목표로 2004년 개헌을 추진키로 한 ‘분권형 대통령제’와도 모순된다는 문제점이 제기되고 있다. 책임총리제나 분권형 대통령제 모두 ‘총리의 내치 담당’을 규정하고 있을 뿐 외교안보 분야는 대통령의 고유권한으로 돼 있기 때문이다.

또한 통합21의 ‘소관 분야’를 경제 민생 등 내치분야로 한정할 경우에도 정 대표가 총리직을 맡지 않는 한 ‘초법적’ 국정 간여를 둘러싼 위헌논란이 제기될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하고 있다. 그러나 노 후보는 9일 국민일보 인터뷰에서 “집권하면 국민에게 안정감을 줄 수 있는 경륜 있는 인사를 총리로 기용하면 좋겠다”고 말해 정 대표를 국무총리로 지명할 생각이 없음을 시사한 바 있다.

박성원기자 swpark@donga.com

김정훈기자 jngh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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