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아미티지보고서 현실로 "北 미사일 수출선박 발견땐 나포"

  • 입력 2002년 12월 11일 18시 25분


미 해군이 10일 스커드미사일 부품을 실은 북한 화물선을 나포하자 정부는 이를 리처드 아미티지 미 국무부 부장관의 ‘아미티지 보고서’(99년2월)가 현실화된 것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빌 클린턴 행정부의 포괄적인 대북(對北) 접근책인 ‘페리 보고서’(윌리엄 페리 대북정책조정관이 만든 보고서)에 맞서 공화당의 강경한 입장을 반영해 작성한 아미티지 보고서는 당근과 채찍을 골고루 담고 있다. 아미티지 부장관이 폴 울포위츠 당시 존스홉킨스대 국제관계대학원 원장(현 미 국방부 부장관)과 로버트 매닝 외교협회 선임연구원 등과 함께 작성한 이 보고서는 “북한의 위협은 계속 증가하고 있으며, 외교적인 노력이 큰 성과가 없었다”는 인식을 바탕에 깔고 있다.

아미티지 보고서는 이 같은 인식 아래 모든 핵개발의혹을 해소하고, 북한의 미사일 개발 및 수출을 중단시키며, 남북한 재래식 무기와 병력 상호감축을 실시해야 북한의 위협을 줄일 수 있다고 강조하고 있다.

우리 정부가 아미티지 보고서에 관심을 기울여온 이유는 이 보고서가 조지 W 부시 행정부 대북 정책의 길잡이 역할을 하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실제로 아미티지 부장관은 3월27일 한국 특파원과의 기자회견에서 “북한의 미사일 수출 선박을 적발할 경우 나포한 후 해당장비를 압류하고 귀향시키거나, 격침시키는 방안은 미국이 택할 수 있는 대안”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또 부시 대통령이 북-미대화에 즈음해 “북한에 대해 ‘과감한 접근(bold approach)’를 준비했었다”고 말한 것도 아미티지 보고서와 맥을 같이하고 있다. 아미티지 보고서는 대량살상무기(WMD)와 미사일, 식량원조 등 각종 대북대화나 정책을 포괄적이고 통합적으로 진행시켜야 한다고 제안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이번 나포사태가 아미티지 부장관이 제시한 ‘최악의 상황’이 본격화되는 것으로 해석하는 것만은 경계하고 있다. 이라크와의 전쟁을 준비하기 위한 차원에서 이뤄졌을 가능성도 있고, 미국이 아직은 대화의 여지를 남겨두고 있기 때문이다.

김영식기자 spea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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