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청정국' 날세운 양당]"곧 3차공개…청와대-盧관계 폭로"

  • 입력 2002년 12월 2일 19시 16분


《16대 대통령선거가 선거전 초반부터 ‘도청’이란 암초를 만나 각 당이 표방하던 ‘정책선거’와는 거리가 멀어지고 있다. 한나라당은 지난달 28일과 이달 1일 도청 문건 폭로에 이어 “추가 폭로를 할 수도 있다”고 벼르고 있고, 정부와 민주당은 “낡은 공작 정치”라고 반박하며 정치공방을 계속하고 있다. 도청 정국에 대한 양당의 대응 전략과 속내를 알아본다.》

국가정보원의 도청자료를 2차례에 걸쳐 공개한 한나라당은 도청자료의 추가 공개 여부에 대한 전략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한나라당은 도청자료를 공개하면서 “도청문제는 정치적 쟁점이나 선거전략용이 아니라 이 나라의 자유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한 것”이라는 명분을 내세웠다.

그러나 민주당 노무현(盧武鉉) 대통령후보가 단일후보로 확정된 뒤 부는 ‘단풍(單風·단일화 바람)’을 차단하기 위해 급하게 꺼낸 진화용 ‘빅 카드’라는 설명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게다가 한나라당이 제보자 보호를 이유로 구체적인 자료 입수 경위를 함구하자 도청 근절 의지는 보이지 않은 채 도청자료를 정치적으로 이용하고 있다는 비판 여론도 제기되고 있다.

한나라당은 ‘내부고발자 보호’를 들어 도청자료의 입수 경위와 제보자에 대해 입을 다물고 있다. 다만 검찰이 본격적인 수사에 들어갔을 때 자료와 제보자를 공개할 의사가 있다고 밝히고 있다.

한나라당은 부정적인 여론을 피하면서 도청자료 활용 가치를 극대화하기 위해 부심한 것으로 알려졌다. 도청자료 1차 공개 이전에 실무 보좌역들이 2, 3차례 회의를 열어 공개 여부를 놓고 난상토론을 벌인 뒤 공개하기로 의견을 모은 것도 이 때문이다.

당의 한 고위 관계자는 “우리가 확보한 도청자료는 1만여쪽 분량으로 10월에 도청한 자료까지 있다”고 말해 한나라당이 확보한 도청자료의 양이 방대함을 시사했다.

한나라당은 도청자료를 공개하면서 추가 공개 가능성을 여러 번 내비쳤다. 한 고위 관계자는 “곧 3차 공개가 있을 것 같다. 다만 공개 시기와 방법을 놓고 현재 의견이 분분하다”고 귀띔했다.

또 다른 당직자는 “우리는 김대중(金大中) 대통령과 국정원이 불법 도청을 시인하고 잘못을 바로잡을 수 있도록 시간을 주고 있는 것이다”면서 “대북정책을 비롯한 김대중 정권의 국정운영 본질에 관한 치명적인 자료를 공개하지 않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라고 말했다.

당내에서는 3차로 공개되는 자료에는 청와대와 노 후보의 연결고리를 입증하는 내용이 주를 이룰 것이라는 얘기가 흘러나오고 있다. 1차 자료는 주로 민주당 대선후보 국민경선과정에서의 ‘노풍’ 조작의 문제점을 부각시켰고, 2차 자료에서는 청와대를 비롯한 정권 핵심인사들의 부도덕성을 집중적으로 드러냈기 때문에 남은 것은 이 둘을 연결하는 것뿐이라는 얘기다.

결국 한나라당은 3차 도청자료 공개를 통해 ‘노무현〓부패정권 후보’라는 이미지를 극대화해 자신들이 주장하는 ‘부패정권 심판론’을 입증한다는 계산을 하고 있는 것 같다.

박민혁기자 mhp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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