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 "PK부터 다잡아라"

  • 입력 2002년 11월 25일 19시 06분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 대통령후보는 25일 측근들이 건의한 긴급 기자회견 계획을 취소했다. 민주당 노무현(盧武鉉) 후보의 단일후보 선정에 따른 비상상황에 맞서 결의를 다지자는 취지였지만 이 후보는 ‘내 길을 간다’는 의지를 분명히 하기 위해 회견을 취소했다고 측근들은 전했다.

그러나 당내에선 전격적인 단일후보 결정 상황을 맞아 전열을 정비하는 등 긴장하는 모습이 곳곳에서 감지됐다. 1강(强)2중(中)구도가 양강(兩强)구도로 재편됨에 따라 박빙의 접전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이날 고위선거대책회의에서 강삼재(姜三載) 선대위 부위원장은 “이젠 말장난할 때가 아니다. 자중하는 모습을 보이고 결연한 발언을 해야 한다”고 전의(戰意)를 다지기도 했다.

특히 부산·경남(PK) 출신인 노 후보의 등장으로 이 지역 ‘표밭 다지기’가 핫 이슈로 떠올랐다. 부산 출신인 김진재(金鎭載) 최고위원은 이날 비공개 회의에서 “노 후보를 제압하기 위해선 PK 공략이 급선무”라고 목청을 높였다.

이와 관련, 후보실은 당초 후보등록 첫날 예정된 수도권 유세 일정을 PK지역으로 바꾸는 등 일정 조정에 착수했다. 이 후보의 부인 한인옥(韓仁玉)씨도 27일 부산으로 급히 내려가는 방향으로 가닥이 잡혔다.

한나라당은 ‘단풍(單風·단일화 열풍)’을 조기에 차단하기 위한 특단의 대책도 강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노 후보에 대해 비판적인 자민련 김종필(金鍾泌) 총재와 민주당 이인제(李仁濟) 의원 영입은 물론 참신한 외부인사 수혈론이 다시 흘러나오기 시작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특히 이날 회의에선 ‘JP 포용론’이 강하게 제기되기도 했다. 한 최고위원은 “JP가 한나라당에 많은 표를 주진 못하지만 방해할 수 있는 표는 400만표는 될 것이다. 5년 전 DJP연합이 성사됐을 때도 여론조사에선 ‘마이너스’라고 나왔지만 결국 정권을 잡지 않았느냐”고 ‘JP역할론’을 강조했다.

이에 대해 서청원(徐淸源) 대표가 “그 문제는 나에게 맡겨달라”고 정리해 더 이상 공식적인 논의가 이뤄지지 못했다는 후문이다. JP대책에 대한 당내 고민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이와 함께 한나라당은 노 후보 진영이 펼칠 파상적 공세에 대비하기 위한 체질 개선작업도 병행하고 있다. 한나라당을 겨냥한 ‘보수’ 공세에 맞서 ‘안정론’으로 맞불을 놓겠다는 전략이다.

이 후보가 이날 경인방송과의 토론회에서 “(이번 대통령선거는) 급하고 급진적이며 불안한 그런 세력과 안정적이고 합리적이며 경험과 경륜이 있는 세력의 대결로 분명해졌다”고 말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를 위해 한나라당은 개혁 성향의 이부영(李富榮) 김부겸(金富謙) 김영춘(金榮春) 의원 등을 전면 포진, 수도권 표심 잡기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한편 한나라당은 전국적 리더십을 확보하기 위해 노 후보의 거점이 될 호남지역 공략의 고삐도 당기고 있다. 이와 관련, 호남 출신 K 전 서울시장 등의 영입도 추진되고 있다.

정연욱기자 jyw1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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