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女의원들 입김 세네요" '전용사우나' 설계비 막판 확보

  • 입력 2002년 11월 13일 19시 05분


“여성 의원들의 입김이 세긴 센가 보네요.”

8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내년 예산안에 국회 안에 여성의원 전용사우나를 만들기 위한 설계비 2500만원이 포함된 사실을 뒤늦게 확인한 한나라당 의원들은 ‘우먼 파워’를 실감했다고 말했다. 국회 사무처에서 여성의원 사우나 예산을 내년도 예산안에 슬쩍 끼워 넣었다는 사실이 보도된 뒤 당 지도부가 “목욕탕 문제는 미안하다. 예산안에서 빼겠다”고 이례적으로 다짐했었기 때문이다.

예결위 소속 의원들은 13일 “여성의원 17명을 위해 5억원을 들여 별도 사우나를 만드는 것은 효율성이 떨어지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 하나같이 난처한 표정을 지었다. 일부 의원은 “여성의원들이 여성단체를 앞세워 로비하는 바람에 어쩔 수 없었다”고 말했고, 어떤 의원은 “당초 예산안 5억원 중 20분의 1인 2500만원만 통과했으니 ‘대폭 삭감’ 아니냐”고 설명하기도 했다.

그러나 예산 전문가들은 “2500만원을 배정한 뒤 대폭 삭감을 주장하는 것은 꼼수”라고 입을 모았다. 내년에 2004년 예산안을 심의할 때 “이미 투입한 설계비 2500만원을 날려버리란 말이냐”며 추가예산을 요구하면 결국 나머지 예산을 배정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김승련기자 sr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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