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민주 '정족수 미달' 침묵

  • 입력 2002년 11월 10일 18시 52분


‘국회 본회의의 의결정족수 부족에 따른 통과 법안 무효 논란’에 대해 한나라당과 민주당은 ‘꿀 먹은 벙어리’처럼 말이 없다. 국회사무처도 파장을 우려하며 전전긍긍하는 모습이다. 이 논란이 본보 등에 크게 보도된 9일 오전 한나라당은 선거전략회의, 민주당은 선대위 본부장단회의를 열어 후보 단일화나 검찰총장 인사 같은 각종 정치현안을 다뤘지만 이 문제에 대해선 철저히 침묵했다.

민주당의 한 핵심당직자는 이에 대해 “박관용(朴寬用) 국회의장이 ‘본회의장 주변에 있던 의원들까지 포함하면 문제가 안 된다’고 해명했고, 그처럼 ‘송구스러운’ 사건에 대해 당 차원에서 언급하기가 껄끄러운 게 사실”이라고 털어놓았다.

한나라당도 이규택(李揆澤) 총무가 8일 밤 “의원들이 본회의장 주변에 있었기 때문에 괜찮다. 무효가 아니다”고 주장한 것 이외에는 더 이상의 해명이나 대응을 삼가고 있다. ‘긁어 부스럼 만들지 않겠다’는 것이라고 당의 한 관계자가 귀띔했다.

국회사무처는 여론의 향방을 주시하며 안절부절못하고 있다. 이번 일에 대한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기 때문이다. 박 의장도 9일 사무처 간부들에게 “이번 일을 계기로 의원들의 출석 상황이나 의결정족수 현황 등을 수시로 점검할 수 있는 제도적 개선책을 마련하라”고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금까지는 본회의 개시 직전 의사당 내 보조요원들이 의원들의 출석 여부를 확인해 회의장 뒤쪽 벽면에 걸려 있는 명패판에 표시하는 것 이외에는 별다른 점검 조치가 없었다.

김성곤(金成坤) 사무처 의사국장은 “우리 국회가 본회의에 상정된 법안에 대해서는 이의 유무만 묻고 통과시키는 시스템이기 때문에 이런 논란이 생긴 것 같다”며 “미국처럼 상정된 법안마다 전자표결을 하는 방안 등 다양한 개선책을 논의 중이다”고 말했다.

윤종구기자 jkmas@donga.com

부형권기자 bookum9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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