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증 2002대선 정책공약 토론회]정치행정-통일안보 분야

  • 입력 2002년 11월 4일 18시 50분


'2002년 대통령선거 정책분야별 공약토론회' 첫날 토론회에서 한나라당 민주당 민주노동당 국민통합21의 정책담당자들이 패널리스트들과 진지한 토론을 벌이고 있다. - 박경모기자
'2002년 대통령선거 정책분야별 공약토론회' 첫날 토론회에서 한나라당 민주당 민주노동당 국민통합21의 정책담당자들이 패널리스트들과 진지한 토론을 벌이고 있다. - 박경모기자
《4일 한국정책학회 주최로 열린 '2002년 대통령선거 정치 행정 및 통일 안보분야 정책공약 토론회'에는 한나라당 민주당 민주노동당 국민통합21 등 4당 정책담당자가 나와 북한 핵문제, 정부조직개편, 대통령비서실 운영 개선방안, 수도권 집중 해소방안 등 9가지 핵심주제를 놓고 1ㅣ간 반동안 진지한 토론을 벌였다.》

토론회에서 각 정당은 북한의 핵문제를 포함한 대북정책 분야에서 가장 날카롭게 맞부딪쳤다. 4개 정당 정책담당자들은 북한의 핵개발 포기와 한반도의 비핵지대화라는 원칙론에는 모두 동의했으나, 그 방법론에서는 시각차를 드러냈다.

한나라당 홍준표(洪準杓) 제1정조위원장은 “북한이 먼저 핵을 포기하기 전에는 현금지원을 해서는 안 된다”며 “개성공단 개발도 핵문제와 연계해 진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북한은 조악한 수준의 핵무기 1∼3개의 개발이 가능한데, 여기에는 12억5000만달러 정도가 드는 것으로 추산된다”며 “이는 현대아산의 대북 뒷거래 금액인 13억달러와 일치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민주당 박주선(朴柱宣) 제1정조위원장은 “남북관광사업 대가로 핵을 개발했다는 주장은 남북관계를 다시 냉전상태로 되돌리려는 무책임한 주장”이라고 맞섰다. 그는 북한의 선(先) 핵폐기를 전제하면서도 “북한과의 대화가 단절될 경우 94년 핵위기 때처럼 우리 정부는 아무 말도 못하고 북-미간에만 협의가 진행되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며 남북간 교류협력의 지속을 강조했다.

민주노동당의 노회찬(魯會燦) 사무총장은 “미국은 조건 없이 북한과의 대화에 임해야 하며, 서울에서 남북정상회담을 열어 핵문제를 의제로 삼아야 한다”고 제안했다. 나아가 남북간, 북-미간 불가침조약의 체결을 주장하기도 했다.

국민통합21 전성철(全聖喆) 정책위의장은 “핵문제는 단순히 남북문제뿐 아니라 지역적, 세계적 문제인 만큼 국제적 공조 하에 북한을 유도하는 접근법이 필요하다”는 기본 입장만 밝혔다.

향후 대북정책의 기조를 둘러싸고도 한나라당과 민주당은 날카로운 공방을 계속했다.

한나라당 홍 위원장이 “현 정부는 퍼주기만 하면 모든 게 변할 거라고 하면서 4년 반 동안 막 퍼준 결과 현대는 망해가고, 북한은 핵 개발을 했다”며 “계속 퍼주는 것은 자선단체나 할 일이다”고 햇볕정책을 맹비난했다.

이에 민주당 박 위원장은 “햇볕정책은 역대 어느 정권에서나 해온 대화와 교류협력 정신에 입각한 것”이라며 “일방적으로 퍼준 것은 없고, 다만 우리가 기대하는 만큼 빠른 변화가 없어 안타깝고 아쉬울 뿐”이라고 반박했다.

대미관계에서 한나라당 민주당 국민통합21은 한목소리로 전통적인 우방인 미국과의 동맹을 강화해야 한다는 견해를 밝혔으나, 민노당은 “미국이 남북문제 진전에 퇴행적 역할을 해서는 안 된다”며 한미동맹의 재검토와 한미상호방위조약 폐기를 주장했다.

정치행정 및 통일안보 분야 정책토론회에서 드러난 각 정당의 정책

분야

한나라당

민주당

민주노동당

국민통합21

국정 기조

반듯한 나라, 활기찬 경제,

나라다운 나라 건설

법과 원칙이 서는 깨끗한 사회,

자주 외교

땀흘려 일한 사람이 대접받는

평등한 사회

젊은 대한민국, 갈등 해소하는 부드러운 사회 건설

북한 핵개발

선(先) 핵포기, 대북 현금지원 중단, 대북교류와 핵문제 연계

선(先) 핵포기, 제네바합의

준수, 미·일·중·러와 협조

남북·북-미간 불가침조약 체결,

한반도 영구 비핵지대화

국제적 공조 속에서 북한

비핵화 유도

수도권집중 해소방안

관청과 경제분야 지방 이전으로

기능별 수도 육성

충남·충북에 행정수도 건설

지방분권화촉진법 통한

대부분의 지방사무 위임

새로운 접근법에 의한 지방자치

활성화

정부조직 개편

리모델링·국가혁신 차원에서

대선 직후 실시

민관합동 정부조직진단위원회 만들어 개편

청와대 비서실기능 대폭 축소,

국정원 폐지

정부기능을 규제에서 서비스로

전환

청와대 운영

비서실기능 대폭 축소, 책임총리제

국가 중장기기획 기능 담당 개편

수석비서관제 폐지

비서실의 정책과 행정 기능 분리

지방자치제도 개선

지방교부세 확대, 지방세율

증가로 지방재정 건전화

지방재정발전추진위 설치,

국세의 지방세 전환 추진

국세의 20%를 지방소득세로 지원, 지방경찰 활성화

상상 초월하는 새로운 지방자치제

실시

대선 전 예비내각공개 여부

당선 후 취임 전 발표

당선 후 취임 전 발표

대선전 발표 용의

선진국도 발표 안한다

군 복무기간

24개월 이내로 단축

단축은 시기상조

즉각 18개월로 단축

곧 발표

김정훈기자 jnghn@donga.com

▼군 복무기간▼

각 정당의 정책 차이가 가장 두드러진 분야는 군 복무기간 단축 여부.

한나라당 홍준표 위원장은 “복무기간 단축 문제는 대학생의 입영시기와 학기가 서로 맞지 않아 민원이 많이 제기됐던 사안”이라며 “지원병제를 적극 도입하고 장기복무자를 확대해 전문 병력을 확충하되 복무기간 단축으로 인해 부족해지는 병력은 공익근무요원이나 병역특례자를 현역으로 환원해 보충하겠다”고 말했다. 한나라당은 현재 26개월인 군 복무기간을 2개월 이상 단축하겠다는 공약을 내놓고 있다.

민주당 박주선 위원장은 “국방부에 문의한 결과 한나라당 주장대로 2개월을 단축하면 매년 2만2000명의 병력이 부족해지고 연 4000억원의 추가예산이 든다고 하더라”며 “남북 대치상황에서 국방 전투력을 급격히 약화시키는 복무기간 단축은 시기상조다”고 반대했다.

민노당 노회찬 사무총장은 “군복무기간을 즉각 18개월로 줄이고 병력도 20만명을 감축, 국방비를 2조원 이상 줄여야 한다”며 “장기적으로는 모병제로 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독일은 13개월이지만 우리 군보다 약하다는 소리를 들어보지 못했다”고 강조했다.

국민통합21의 전성철 정책위의장은 “그 문제는 ‘정몽준 프로그램’의 한 부분으로 준비돼 있으니 곧 발표하겠다”며 넘어갔다.

윤종구기자 jkmas@donga.com

▼청와대 운영-정부조직▼

각 당은 토론회에서 집권 후 정부조직개편과 청와대 운영개선, 인사정책에 관한 청사진들을 제시했지만 ‘예비내각 명단 공개’처럼 민감한 문제에 대해서는 민노당을 제외하곤 명백한 언급을 꺼렸다.

▽청와대 운영개선〓한나라당 홍준표 위원장은 청와대비서실 기능 축소의 필요성을 제기하면서 대신 책임총리제와 책임장관제 도입을 주장했다.

민주당 박주선 위원장은 “청와대비서실이 권력을 남용한다는 비판이 있어 대통령비서실법을 개정하려 한다”고 밝혔다.

민주노동당 노회찬 총장은 청와대비서실의 비리와 직권 남용을 질타하면서도 1인 보스 중심의 비민주적 정당구조가 더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국민통합 21의 전성철 의장은 청와대 개편 방향으로 깨끗함과 능률 두 가지를 꼽았다.

▽정부조직개편〓한나라당 홍 위원장은 선거 후 제일 먼저 시행해야 할 일로 정부조직개편을 꼽으면서 특히 부처 이기주의를 경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박 위원장은 “정부조직개편의 목적은 숫자만 잘라내 절름발이 정부를 만드는 게 아니라 효율적이고 생산적인 조직을 만드는 데 있다”며 무조건적인 ‘작은 정부론’에 대한 반론을 제기했다.

민노당 노 총장은 청와대 수석비서관제도와 국가정보원 폐지를 주장했다.

국민통합 21 전 의장은 “규제를 본업으로 하던 정부가 서비스를 본업으로 삼으면 공무원 증원이 필요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인사정책〓예비내각 명단을 미리 공개해 사전에 검증받을 용의가 없느냐는 질문에 한나라당 홍 위원장은 “선거에서 이기면 취임 전까지 미리 발표하는 것을 검토하겠다”며 넘어갔다.

민주당 박 위원장은 예비내각에 대한 현실적인 검증방법이 없다며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국민통합 21 전 의장은 미국에서도 일부 명단을 흘리기는 해도 예비내각을 발표하지는 않는다며 “그런 일을 하지 않겠다”고 입장을 분명히 했다.

그러나 민노당 노 총장은 “왜 얘기를 못 하는지 모르겠다”며 “정책학회가 정식으로 제기하면 우리는 발표하겠다”고 밝혔다.

성동기기자 espr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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