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反盧탈당' 안하나 못하나…교섭단체 실패땐 '정치적 고아'

  • 입력 2002년 10월 27일 18시 48분


대통령후보 단일화를 실현시키기 위해 집단 탈당해 독자적인 원내교섭단체를 구성하겠다고 공언해 온 민주당 내 일부 비노(非盧)-반노(反盧) 의원들이 선뜻 결단을 내리지 못한 채 장고(長考)를 거듭하고 있다.

이들은 당초 집단 탈당 시점을 이달 말로 잡았으나 세 결집이 계획대로 이뤄지지 않아 주춤거리고 있는 상황이다.

대통령후보단일화추진협의회(후단협)의 최명헌(崔明憲) 공동대표는 27일 “이번 주초 탈당을 결심한 의원들이 모여 D데이를 정할 것”이라며 “교섭단체 구성에도 큰 문제가 없는 것으로 안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그러나 후단협 내부에서조차 “14명이 탈당계를 냈다” “아니다. 18명이 냈다”고 서로 엇갈리는 얘기가 흘러나오고 있다. 탈당계를 취합하고 있다는 한 의원은 “탈당 결심을 한 의원수가 매일같이 달라진다. 장담컨대 이번 주 집단탈당은 없다”고 잘라 말했다.

또 다른 후단협 의원은 “여러 의원들을 동시에 움직이도록 하는 게 이렇게 어려운지 몰랐다”고 말했다. 이처럼 탈당그룹의 세 규합이 지지부진해 이유는 자칫 탈당했다가 교섭단체(20명) 구성에 실패할 경우 아예 ‘정치적 고아’가 될지 모른다는 우려가 짙게 깔려 있다. ‘국민통합21’을 주도하는 정몽준(鄭夢準) 의원의 지지세 하락 조짐도 상황을 한층 어렵게 만들고 있는 요인이다.

이 때문에 후단협 내의 일부 온건파 의원들은 “좀더 상황을 지켜보며 동조자를 규합하자”며 한 발 빼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의원들은 정기국회 폐회일인 다음달 8일까지 유보하자는 의견도 내놓고 있다.

다만 일부 강경파 의원들은 “몇 명이 됐든 탈당을 결행하면 추가 탈당자가 나올 것”이라며 탈당 강행을 주장하고 있어 주목된다.

정용관기자 yongar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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